KT가 최근 실시한 통신장비 입찰에 당초 6-7개 업체가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3개사만 참가했다. 장비 입찰 규격에 차세대인터넷주소체계(IPv6) 지원을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IPv6 프로토콜 스택을 장착하지 않은 장비 제조업체들은 아예 입찰을 포기했다.
통신장비 업체 관계자는 “국내 통신사업자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신규 장비에 IPv6 지원을 기본 사양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며 “IPv6 기능이 장비 공급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관건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IPv6 활성화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정통부는 올들어 공공기관의 전자정부 서비스를 IPv6로 전환하고 세출예산집행지침과 수요물자구매업무처리규정에 IPv6를 명문화했다.
인터넷전화(VoIP) 솔루션 업체 애드팍테크놀러지 권재식 이사는 “최근 주요 공공기관이나 통신사업자에 공급한 VoIP 장비 및 단말기는 전량 IPv6를 지원하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IPv6 전환에 미온적이었던 통신사업자들도 주문형비디오(VoD), VoIP, IPTV 등 차세대 분야를 중심으로 IPv6 장비·단말에 대한 내부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특히 KT는 IPv6 전환을 위한 자체 로드맵을 수립하고 IPv6 기반의 와이브로 시스템도 개발,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통신장비 내구 연한이 5-6년 정도임을 감안하면 오는 2010년까지 국내 IPv6 이용자 1000만명을 확보하려면 올해부터 신규 도입하는 장비는 IPv6 프로토콜 스택을 기본으로 장착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운용체계(OS) ‘윈도비스타’가 IPv6 지원을 기본 사양으로 탑재하면서 전세계적으로 IPv4에서 IPv6로 전화하는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한국전산원이 지난해 발표한 ‘IPv6 시장 규모 및 경제성 효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15년까지 와이브로·홈네트워크·WCDMA·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 등 차세대 네트워크 분야에 총 1억5000만개의 새로운 IPv6 주소가 필요하다. 이에 따른 신규 장비 및 단말 수요는 24조원대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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