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태광 `우리홈 공방` 2라운드

롯데그룹과 태광그룹간 우리홈쇼핑 차지하기 경쟁에서 롯데가 승리한 가운데 이를 뒤집기 위한 태광그룹의 2라운드가 시작됐다.

태광그룹은 지난 12일부터 계열 케이블TV사업자(SO·종합유선방송사)에서 우리홈쇼핑의 채널번호를 이른바 B급채널인 ‘17∼19번’으로 바꾸는 채널 변경 작업을 완료해 송출을 시작했다고 13일 밝혔다. 오는 23일 우리홈쇼핑 주주총회에선 2대 주주로서 등기이사 4인을 추천해 롯데그룹과 맞선다. 앞선 6일엔 태광산업이 서울행정법원에 ‘방송위가 지난해말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를 승인한데 문제가 있다’며 방송위를 상대로 최다액출자자변경승인처분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우리홈 옥죄기=태광그룹의 MSO위탁경영법인인 티브로드(대표 진헌진)은 계열 18개 SO와 300만 가입가구의 ‘2007년 채널 변경’작업을 완료하고 방송위에 이용약관 승인을 받았다. 대부분의 지역은 12일부터, 전주와 부산지역은 26일부터 변경된 채널로 방송을 시작한다. 이른바 S급채널(지상파방송사 사잇채널)은 CJ홈쇼핑·GS홈쇼핑· 현대홈쇼핑이 차지했으며 A급채널(지상파채널 옆채널, 5번이나 12∼14번채널)은 농수산홈쇼핑이, 그리고 우리홈쇼핑은 17∼19번의 B급채널로 밀려났다. 우리홈쇼핑은 지난해 일부 SO에서 S급, 나머지에선 A급 채널에서 송출됐다. 업계에선 채널 번호에 따라 매출 20% 정도가 좌우된다고 추정한다.

우리홈쇼핑은 표면적으론 이런 채널변경에 대해 큰 의미를 안 둔다는 태도다. 우리홈쇼핑의 이흥국 상무는 “S급이라면 몰라도 A급과 B급은 별 차이가 없다”며 “다른 할일이 많아서 채널번호는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려있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상품이나 방송품질을 높이는 등 기초체력을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홈 옥죄기는 오히려 CJ케이블넷과 HCN의 행보에 달려있다. CJ케이블넷의 모회사는 CJ홈쇼핑이며 HCN은 현대홈쇼핑과 같은 계열사다. CJ홈쇼핑이나 현대홈쇼핑이 롯데쇼핑의 홈쇼핑 시장 진입을 견제해 채널번호를 B급 이하로 할 경우 우리홈쇼핑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CJ케이블넷와 HCN은 다음달께 채널선정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전망=롯데쇼핑이 23일 주총에서 일부 이사 선임을 태광측에 양보할지는 미지수다. 태광의 관계자는 “아직 롯데와 만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행정법원이 방송위의 결정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도 알 수 없다. 방송위 관계자는 “12일 법원에서 소장이 온 상태로 아직 법원에 최초 의견서도 안냈다”고 말했다. 방송위로선 소송에서 패할 경우 이번 결정을 내린 3기 방송위원의 자질 문제가 불거져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질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최근 일련의 상황들은 롯데와 태광간 관계 정립이나 주도권 경쟁에 변수가 될것”이라고 말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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