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리의 홈네트워크 규격을 세계 표준으로

 그동안 관계 당국 및 기업 간 갈등을 빚어온 홈네트워크 시스템의 인증체계와 표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풀렸다.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가 홈네트워크 시스템 인증 주도권 경쟁을 접고 통신기능을 강조한 새로운 인증체계를 만들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또 표준화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 사의 기기를 호환하는 기술을 개발키로 의견을 같이했다고도 한다.

 우리나라 홈네트워크 산업이 세계로 뻗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다. 또 이 같은 갈등주체 간 양보와 합의의 정신이 IPTV 등 지금도 갈등을 빚고 있는 다른 분야에도 확산하기를 기대해본다.

 홈네트워크 산업은 가전제품은 물론 콘텐츠와 통신·방송, 여기에 건설까지 합쳐지는 대표적인 기술융합 산업이다. 올해 세계 홈네트워크 시장 규모만도 거의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도 하다. 엄청난 시장규모만큼 우리나라는 물론 소니 등 전 세계적인 기업들이 시장주도권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아직 초기시장이기 때문에 기선을 제압하는게 중요하다. 특히 가전이나 통신, 건설 등 홈네트워크 산업을 구성하는 각각의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우리끼리 힘을 합친다면 쉽게 세계 홈네트워크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홈네트워크 산업은 관련 정부 기관이나 경쟁기업 간 힘겨루기로 인해 오히려 산업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홈네트워크 기기의 인증문제를 둘러싼 정통부와 산자부의 갈등, 여기에 홈네트워크 기기 간 규격을 둘러싼 삼성과 LG의 신경전으로 인한 소모전이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관련업계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업계에서는 홈네트워크 표준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홈네트워크 관련 기관 및 기업들의 이기주의를 꼽을 정도였다.

 이번 정부간, 기업간 합의는 기기 인증과 표준화 논쟁으로 시간만 허송할 경우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남한테 넘겨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즉, 우리가 힘만 합치면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데 괜히 우리끼리의 경쟁으로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산물인 셈이다. 이번 합의가 갖는 의미가 결코 적지 않은 이유다.

 따라서 이제 기반이 마련된 만큼 이번 합의의 의미를 어떻게 확대, 발전시켜야할 것인가가 과제다.

 우선 국내 홈네트워크 시스템 관련 주체 간 세계 최고 수준의 홈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하는데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국가 표준으로 정착시키고 보급 확산에 적극 나서야 한다. 가장 먼저 상용화된 기술만이 시장표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표준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서로 양보하고 맺은 이번 합의의 결실이 우리의 홈네트워크 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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