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PDP 업계가 위기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보면 세계 2, 3위 모듈 업체인 LG전자·삼성SDI 모두 최악의 실적을 냈다. 적자보다도 급감한 출하량이 더욱 문제다. 최대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3분기에 비해 출하 물량이 20∼30% 줄었다.
이렇다 보니 협력업체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LG마이크론·휘닉스피디이 등 PDP 관련 업체가 지난해 4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로 전환됐다. 일부 전문가들이 ‘차라리 PDP를 포기하라’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할 정도다. 과연 PDP는 무너지는가.
LCD 진영에서 바라보는 PDP는 여전히 무서운 적수다. 우선 대형 TV에서 투자효율이 LCD에 앞선다는 것은 상식이다. 더는 기판 크기를 키우기 힘든 LCD와 달리 PDP는 여지가 많다. 기술 측면에서도 PDP는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상업화된 지 20년이 넘은 LCD와 달리 PDP는 10년이 채 안 됐다. PDP의 기술적인 진보 가능성이 더욱 큰 셈이다. PDP 위기의 근본은 조바심과 자신감 상실이다. 국내 PDP 모듈 기업은 ‘그룹 주력사업인 LCD와 싸워 이길 수 있을까’ ‘그룹에서도 LCD를 밀 텐데’라는 피해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투자도 적극적일 수 없고 판매도 LCD 계열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조바심이다.
실적에 조바심을 갖다 보니 함께 가야 할 동지들에 대한 배려는 생각할 수 없다. 물론 실적에서 자유로운 기업은 없다. 그러나 협력업체의 싹을 자르는 것은 결국 자해행위다. PDP 부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2, 3년만 있으면 아예 공짜로 부품을 달라고 할 것 같다”며 “PDP 부품 사업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고 밝혔다.
LCD 패널 업체도 위기가 수차례 있었다. 그러나 LCD 패널 업체가 고통을 겪을 당시에도 대다수 부품소재 업체가 적자를 기록하지는 않았다. LCD 부품소재 업체들은 그 이윤을 기술개발에 투자했고 결국 LCD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렸다.
LCD와 PDP의 경쟁은 단순 패널업체 간의 문제가 아니라 양 진영 간의 경쟁이다. PDP 문제 해법은 PDP 진영 내부에 있다.
유형준기자·디지털산업팀@전자신문, hj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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