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공장 설립 로드맵 원점에서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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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공장 증설 문제와 관련해 이재훈 산업자원부 산업정책본부장이 24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부의 이천공장 증설 불허가 공식화되면서 하이닉스에는 비상이 걸렸다. 공장 증설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정부와 자자체의 논리는 ‘지역균형발전 및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의 최선’이지만 당사자인 하이닉스로서는 ‘회사 로드맵’을 다시 그려야 할 만큼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사실 하이닉스의 이천공장 증설은 단순히 한 개 공장을 더 짓고 못 짓고의 문제가 아니다. 궁극적으로 이천공장은 기존 팹에도 구리공정이 필요한 첨단 설비의 도입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2∼3년 후에는 낙후된 공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하이닉스가 제1공장 후보지를 청주로 못박지 못하고 수도권이라고 발표할 수밖에 없는 ‘아픔’도 여기에 있다.

 ◇왜 원점에서 재검토하나=이천공장 환경규제가 안 풀리면 신규공장 건설은 물론이고 기존 공장의 업그레이드도 불가능해진다. 이 경우 ‘신화의 현장’이자 서울과 가까워 그나마 입지 조건이 가장 좋은 이천단지가 몇 년 후 ‘구형 팹만 즐비한 퇴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

 전 세계 반도체 미세공정 발전 추세를 감안할 때 2∼3년 후에는 구리공정 설비 적용이 불가피한 50나노 이하 공정 팹이 주류를 이룰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구리공정을 도입할 수 없는 하이닉스 이천공장은 특수 기술이나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그 수명을 다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하이닉스는 당초 계획안과 수정 계획안 모두에서 이천 증설을 포함시켰던 것이다. 하이닉스는 이천단지를 살려보겠다는 의지가 강했지만 결국 모든 것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청주로 못박지 못하는 이유는=이천 공장 증설을 불허한 것은 하이닉스가 본사를 이전해야 하는 문제로까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청사진 없이 미봉책으로 신규 공장을 증설할 경우 자칫 팹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공장 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더욱이 청주 이외 타 지자체에서 유치 제안을 해오고 있는만큼 이참에 중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로드맵을 신중히 재검토하겠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런 마당에 제1공장을 무조건 청주에 짓고 볼 수는 없는 것이 하이닉스의 입장이다. 정부가 맞춰 놓은 옷에 몸을 맞추다 보면 하이닉스는 자칫 본사가 어딘지 모르는, 기형적 구조의 생산체계를 갖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투자 로드맵 시나리오는=가장 좋은 안은 역시 정부가 나머지 2개 공장이라도 이천에 허가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좌절될 경우 하이닉스는 새 대안을 찾아야 한다. 2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1안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천공장 증설이 어려울 경우 1공장을 건설한 지역에 제2공장과 제3공장을 지어 이천에 이은 주력 단지로 조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하이닉스 팹이 나뉘어 시너지가 떨어지며, 신규단지 조성에 따른 투자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을 감수해야 한다.

 2안은 2공장과 3공장을 1공장 지역에 추가로 짓되 이천에는 구리공정이 들어가지 않는 공장만 추가 건설해 생산공정을 ‘분리’하는 것이다. 최소한 이천단지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다. 2안은 구리공정이 반도체 팹 공정에서 후반부 30%에만 필요하다는 데 착안한 것으로, 이천공장을 통해 일단 70% 공정을 마무리하고 상수원보호구역이 아닌 다른 공장에서 최종 마무리하는 분리 생산안인 셈이다. 그러나 이 경우 막대한 물류비와 운송에 따른 불량률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 경쟁력 상실을 감수해야 한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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