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chief executive officer)만으로는 안된다.’
요즘 CEO들은 단순히 아래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보고 경영전략만 잘 세워선 안된다. 현장의 처지를 가장 잘 이해해야 하고, 차세대 먹거리도 해당부서에 맡겨두는 게 아니라 직접 찾아야한다. 고객에게는 누구보다 친절한 서비스맨이 되어야하고, 신입사원들에게조차 웃음을 머금게 할 수 있는 유머감각도 발휘해야 한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통신업체 사장들의 독특한 CEO론이 눈길을 끈다. 통상적인 실행, 경영, 관리 의미의 CEO 역할만으로는 통신시장의 현 정체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의 반영이기도 하다.
남중수 KT 사장의 CEO론은 독특하다. CEO란 ‘보고(視), 듣고(耳), 즐거움(娛)’을 주는 사람이 돼야한다는 것이 남사장의 생각. KTF CEO 시절부터 항상 현장을 둘러보고(視), 현장직원과 고객의 의견을 청취(耳)해서 경영활동에 반영해온 것도 이런 지론 때문이다. 현장경영과 고객만족을 모두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특히 직접 칵테일쇼를 보이거나 기타와 섹소폰 연주를 하고 산타모자로 깜짝 출연하는 즐거움(娛)으로 직원들의 사기진작에 애쓰고 있다. 남사장은 아예 CEO가 ‘Chief Entertainment Officer’라고 강조할 정도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도 이제 더 이상 CEO로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에서 성장사업을 도맡아 책임지는 CGO(chief growth officer)를 자처했다. 그로부터 한달이 지난 지금 SK텔레콤 내부에는 성장전략을 마련하는 등 국내외 시장에서 차기 먹거리를 찾기위한 작은 변화들이 일었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아직 조직구성이 완료되지 않아 가시적인 변화는 없지만 CEO가 직접 CGO로 나선만큼 올해 성장사업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조영주 KTF 사장은 스스로를 CSO(customer servant officer)라고 칭한다. 남중수 전임 사장이 사용했던 고객만족의 CSO 의미를 한단계 확대해 고객을 섬기고 봉사하겠다는 의지이다. 고객에게 편지를 쓰거나 무슨 행사 말미에는 반드시 ‘CEO 조영주’가 아닌 ‘CSO 조영주’라는 표현을 쓴다. 조사장은 3월 3G 전국망 서비스를 앞두고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지역본부를 돌며 고객을 일일이 만나 3G 통화품질을 직접 점검하는 등 CSO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이정식 LG파워콤 사장은 소위 CFO이다. ‘재무’의 의미가 아닌 현장(field)을 중시한다는 의미로 모든 기업활동은 고객이 있는 현장에서 시작하고 현장에서 끝맺는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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