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민 vs 청주시민’ ‘경기도지사 vs 충북도지사’ ‘이천공장 vs 청주공장’
하이닉스반도체의 이천공장 증설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이제는 한 회사 내부에서조차 공장별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공장 증설 문제를 넘어 ‘지역 간 감정의 앙금’이라는 후유증까지 치유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하이닉스반도체 이천공장 증설 문제가 수면으로 부상한 것은 지난해 3월 김문수 당시 경기지사 출마자에 의해서다. 두 달 후, 전경련은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의 규제가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대표적 사례로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문제를 다시 거론했다.
그리고 4개월 후 정부가 하이닉스 신·증설 허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고, 결론이 나지 않은 채 대립구도에까지 이르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당사자인 하이닉스의 목소리는 없었다. 지난해 3월부터 약 10개월간 셀 수 없을 만큼의 기사들이 지면과 방송을 장식하는 동안 하이닉스의 공식적인 ‘목소리’는 한 번도 직접 들을 수 없었다. 하이닉스가 지난해 9월 공장 증설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사업계획서를 내지 않았다’ ‘수정계획안을 제출키로 했다’ ‘수정안을 제출했다’는 발표가 이어졌지만 이 또한 모두 정부라는 ‘마이크’를 통한 것이었고, 하이닉스는 공식적인 그 어떤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
‘이천공장 증설 요청’ 사실을 비공식적으로 알게 된 기자가 사실 확인에 들어간 지난해 5월에도 하이닉스 측은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전경련을 통해 본격 공개되자 ‘진행되고 있는 것이 없다’는 태도를 견지했고, 이제는 ‘정부에서 발표하겠지’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가 무서워서일까. 사실 삼성전자가 수년 전 기흥·화성단지 증설을 추진할 때도 삼성의 목소리는 ‘파이프’를 통해 정부에만 전달됐고, 우여곡절 끝에 삼성은 소기 목적을 달성한 바 있다. 따라서 선례를 볼 때 침묵이 가장 좋은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한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환경논리와 경제발전논리’인만큼 국민도 업계와 정부의 목소리를 함께 들어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판단할 권리가 있다. 최소한 그만큼은 이 사회가 성숙했다. 내부 분열 조짐까지 감내하며 정부라는 ‘마이크’만을 쓰고 있는 하이닉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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