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칼럼]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

 정부가 지향하는 국정 지표 중의 하나다. 이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 제도를 정비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6월 일자리 창출보고회에서 “기업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과감하게 제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박수를 보내며 크게 반겼다. 정부는 지난해 말 일부 기업의 수도권 내 공장증설을 허용해 기업의 투자 의욕을 높였다. LG전자를 비롯해 팬택·한미약품·일동제약 등은 인쇄회로기판과 방송 및 무선통신기기제조업, 의약용 약제품 제조업 3개 업종의 공장을 한시적으로 증설할 수 있게 했다. 재계는 연말을 고비로 기업환경에 봄바람이 불것으로 기대했다. 관심을 모았던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건은 대상에서 제외돼 아쉬웠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TF를 구성, 이천공장 증설 허용 문제와 함께 그 밖의 다른 국내 대안지역에서 하이닉스가 필요로 하는 투자여건 조성이 가능한지를 심도 있게 검토해 연내에 방침을 정리하겠다고 덧붙였다. 기대를 갖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침은 지켜지지 않았다.

 새해 들어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4일 경제점검회의에서 “수도권 내 공장 증설을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닉스 공장 증설은 물 건너갔다는 소리가 나왔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9일 “기술적으로 검토할 것이 있다. 최종 결정을 2월로 넘기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산자부 관계자도 하이닉스가 변경된 투자계획을 제출하는 대로 관계부터 TF가 최대한 빨리 검토할 방침“이라고 12일 밝혔다. 이 문제를 놓고 정부도 고민이 많다. 정부는 그동안 국토 균형발전과 수도권 인구집중, 환경오염 우려 등을 이유로 수도권 공장 증설을 허용하지 않았다. 더욱이 남한강 상수원 보호구역에 묶여 있다. 이런 요인이 하이닉스 공장 증설을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정부가 결정을 미루는 사이 이 문제는 지역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이 나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우선 하이닉스 사태는 옳고 그름에 있지 않다. 선택의 문제다. 양측의 주장에 그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 수도권 인구 집중과 환경오염 모두 중요하다. 투자를 확대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문제 역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데 정책이 이를 막는 현실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기업 시각에서 보면 실익이 없는 곳에 투자란 있을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제조업을 해외로 이전할 것이다. 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4곳이 향후 10년 안에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가뜩이나 고임금, 노사대립 등이 기업환경을 어렵게 한다.

 하이닉스 사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 시험대가 될 것이다. 서로 이해가 맞설 때 상생의 해법을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살길이 무엇인지를 성찰해야 한다. 기업투자도 늘리고 정부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찾아야 한다. 기업 투자는 이익을 토해내는 누에를 키우는 일과 같다. 서로 대안 없는 논쟁은 갈등만 키운다. 기업이 투자를 기피한다면 우리 경제는 성장동력을 잃게 될 것이다. 융합의 시대, 불가능은 없다. 당장 정부와 기업이 처지를 바꿔 해법을 찾아보자. 정부는 기업의 관점에서, 기업은 정부 시각에서 대안을 모색하면 현대판 솔로몬이 등장할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하이닉스를 통해 그 모델을 만들어 봄이 어떨까.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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