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대표인 ‘K 사장’은 오늘도 퇴짜를 맞았다. 새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원하는 대로 다 해주려 했건만 넘어오질 않는다. 그것 하나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다리에 힘이 풀린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1년 만에 4배 급증했다지만 신생 중소벤처 업계에서는 여전히 돈줄이 막혀 있다고 아우성이다. 기술력 하나로 대출을 받기에 은행의 벽은 여전히 높다는 것. 은행권에서 중소기업 부문 영업을 강화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만 쌓여가는 것이 신생 중소벤처의 현실이다.
기술력을 발판으로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K 사장에게는 정부에서 은행권을 통해 지원(?)한다는 벤처 관련 자금도 ‘그림의 떡’이다. 처음 K 사장이 은행의 문을 두드렸을 때 은행에서는 기술보증기금의 기술평가인증서를 요구했다. 기술력을 보고 순수신용대출을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술보증기금 측에서는 ‘기술력은 인정하지만 신용등급이 나오지 않아 대출 가능한 등급을 줄 수가 없다’고 했다. 기술평가에도 재무평가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중소벤처의 열악한 재무제표로는 대출 가능한 등급을 받을 수 없었다. 이후 외부협약기관의 보증을 받는 방법도 강구해 봤지만 2000만∼3000만원에 이르는 평가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포기했다. 또 마땅한 담보도 없어 대출도 받을 수 없었다. K 사장은 “개발비용을 마련해보겠다고 6개월 이상 금융기관을 쫓아다니면서 노력했지만 결국 손들었다”며 “이제 금융기관에서의 대출은 포기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와 금융기관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중소기업 관련 지원제도를 쏟아내고 있지만 중소벤처업계에는 아직 차가운 바람뿐이다. K 사장은 “벤처기업으로 지정돼 받는 혜택도 등록세, 취득세 면제 정도고 자금을 지원받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검증시스템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의 중소기업 지원책은 홍보 수단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 사장은 “은행에서는 회사 규모를 갖추고 신용도 높은 곳만 쫓아다니면서 대출해준다”면서 “우리 같은 신생 벤처 처지에서는 꿈 같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미래 가치가 있고 기술이 있는 기업에 좀더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소연하며 돌아서는 K 사장의 뒷모습이 쓸쓸했다.
황지혜기자·정책팀@전자신문, go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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