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불타는 얼음 `가스하이드레이트`

Photo Image

현대문명은 에너지에 중독된 문명이고 그 근간을 이루는 석유와 가스는 21세기 안에 고갈될 운명에 처해 있다. 세계는 지금 치열한 에너지 확보 전쟁 중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초 국정연설에서 ‘미국은 석유에 중독돼 있다’며 새로운 에너지 개발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남미의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는 자원 국유화를 선언했다. 한술 더 떠 러시아는 ‘가즈프롬’이라는 거대한 에너지공룡을 이용, 가스파이프라인 밸브를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우크라이나·벨라루시 등 주변국뿐 아니라 서방세계까지도 그 영향권 아래 두려 하고 있다.

 석유와 가스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역시 자원전쟁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자원 확보 경쟁에서 예외일 수 없다. 참여정부가 아프리카로 중앙아시아로 남미로 남들이 기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쉴 새 없이 자원외교를 펼쳐 해외유전을 확보하고 국내 대륙붕 개발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대륙붕에서 유전개발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은 산업자원부가 석유개발을 본격 개시하고자 1970년 1월에 해저광물자원개발법을 제정하면서부터다. 당시 약 30만㎢에 이르는 대륙붕을 7개 구획으로 나누고 해저광구를 확정해 조광제도를 마련했다. 또 미국의 석유개발회사인 텍사코와 걸프, 네덜란드의 셸 등 외국 석유개발회사의 사업 참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돼 우리나라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가지게 됐다.

 1970년대 1, 2차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정부는 종합적인 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국내 대륙붕 석유탐사를 본격화하기 위해 1978년에 동력자원부를 발족시켰고 1979년에 한국석유공사를 설립했다. 1983년부터는 자체적으로 축적된 경험과 기술력으로 국내 대륙붕 탐사를 주도했다.

 그 결과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는 자조적 푸념 속에서 산유국이 되기를 기대하는 국민의 열망과 간절한 소망에 부응, 2004년 울산앞바다 ‘동해-1 가스전’에서 천연가스와 석유를 생산함으로써 ‘세계 95번째 산유국 진입’이라는 쾌거를 이룩했다. 그러나 히딩크의 표현처럼 우리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최근 ‘21세기 새로운 꿈의 자원’이라 불리는 가스하이드레이트의 개발이 가시화되고 있어 우리는 또다시 큰 희망을 품게 됐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해저 300m 이상 저온·고압 환경에서 천연가스와 물이 결합해 만들어진 얼음과 유사한 고체 상태로 존재하는 신개념 천연가스로 ‘불타는 얼음’이라고도 불린다. 2004년 동해 심해저 울릉분지에 미래 청정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약 6억톤 이상(국내 가스소비량의 30년분) 부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정부는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고유가의 파고를 헤치고 21세기의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05년 가스하이드레이트 개발 3단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가스하이드레이트 개발 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지난해에는 가스하이드레이트의 부존을 암시하는 다양한 물리화학적 단서를 확보했고, 부존 유망지역도 찾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약 3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시추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며, 이르면 올해 안에 불타는 얼음의 실체를 국민 앞에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부는 이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 막대한 양의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우리의 대륙붕에서 개발·생산, 온 국민의 염원인 에너지 자립화를 이뤄 진정한 선진대국에 진입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할 것이다.

 그동안 국내자원이 부족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해외자원 확보를 위해 중국·인도 등과 경쟁하면서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는 동안 우리의 꿈은 더욱 간절해졌다. 우리나라 대륙붕에서 석유가 발견되고 신개념의 대체에너지인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생산되는 꿈, 우리나라가 자원부국이 되는 꿈이 그것이다. 우리는 확신하고 있다. 꿈을 가지고 한발 한발 전진하는 사람과 민족은 결국 그 꿈을 이룬다는 것을.

◆이원걸 산업자원부 2차관 wglee@mocie.g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