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28일, 우리나라 아리랑 2호가 올라갔던 러시아 플라체스크 로켓 발사장. 이곳은 우리나라 위성 발사의 역사가 다시 쓰인 현장이었기에 6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곳에서의 생생했던 감격을 잊을 수가 없다. 이날 연구원들은 하나같이 기쁨에 겨워 얼싸안고 펄쩍펄쩍 뛰었고, 일부는 돌아서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 고생한만큼 감회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아리랑 2호 발사 성공을 자축하는 자리에서는 러시아의 명주 보드카를 마시며 잇따라 ‘위하여’가 터져 나왔다. 러시아에서 로켓 발사를 담당했던 후르니체프 대표와 러시아 관계자, 홍창선 국회의원(열린우리당)과 지금은 국무조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임상규 과기혁신본부장, 백홍열 항공우주연구원장 등 한국 측 관계자 200여명이 모두 한 덩어리가 돼 부둥켜안았다. 피부색, 이념, 나이, 직급 차이 없이 모두가 ‘하나’되는 자리였다.
항우연 연구원이 러시아와 유럽의 유로콧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발사체 회사에서 나온 위성 보안 책임자에게 가르쳐준 ‘위하여’라는 우리 단어와 누군가 술잔을 치켜들기만 하면 ‘가슴’이 통했다. 러시아 말을 모르더라도 모든 것이 가슴 벅찬 감동으로 다가오고, 목소리 목소리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뭉클거리며 밀려오는 기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연구원들이 넋두리처럼 풀어놓은 수많은 고생담마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들려 왔다.
그러나 당시 러시아에서의 감회는 마냥 희망만은 아니었던 것이, 다음날 우리나라 우주인 선발과정에서 우주인들이 훈련과 테스트를 받았던 가가린 우주센터의 시설 규모는 기가 질리게 했다. 세계 최초의 우주정거장 미르와 똑같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장비와 유영시설, 미국 제품보다 우수하다고 자랑하던 우주복, 우주인의 화장실과 좌석, 서서 잠자는 반평 정도의 침실 등 모든 것이 새롭고 참으로 부러웠다.
지난 11일 한명숙 총리와 김우식 과학기술부총리가 나란히 한국과학기술의 메카 대덕특구를 찾아 아리랑 3호와 5호를 개발 중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원들을 격려했다. 한 총리의 대덕방문은 부임 이후 처음이었고, 첫 방문 기관도 항우연이었다. 우주 강국의 꿈을 실현하는 날도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박희범 전국취재팀장@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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