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노준형 정보통신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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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53)은 섬세하고 역동적이다. 양립하기 힘든 두 느낌을 함께 뿜어낸다. 예를 들자면, 최근 개봉한 영화 ‘중천’의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을 정통부 지원으로 만들게 된 곡절을 마디마디 풀어내는가 싶더니, 기자들을 이끌고 영화관으로 달려가 50대들은 알지 못할 것 같은 배우 이름을 줄줄 꿴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줄거리가 약하다”며 강하게 꼬집었다. 지난 연말에는 “TV 드라마를 마음껏 볼 수 있는데다, 읽지 못해 쌓아둔 책이 많아 연휴가 기다려진다”더니, 새해 들어서는 어느새 산자부 장관 내정자와 한 게임(테니스) 했단다. 지난 11일 그를 찾아가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하려는 중요한 시점에 ‘통신시장 제도개선 로드맵’이라는 국가 IT 대계를 얼마나 섬세하고 역동적으로 짜고 있는지 직접 물어봤다.

<대담=서현진 정책팀장·부국장대우>

 ―새해를 맞는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우리나라가 정보통신 1등 국가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국민이 꿈과 희망과 자신감을 갖고 세계로 뻗어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시금 다졌다. 올해에는 로드맵 아래 일관성 있는 목표를 향해야 한다. 또 참여정부 임기와 관계없이 ‘비전 2030’ ‘중기 재정계획’ ‘광대역통합망(BcN) 구축계획’ 등 짧게는 2010년, 길게는 2030년을 내다본 계획을 충실히 추진할 것이다.

 ―지난해 말 ‘통신시장 제도개선 로드맵’을 공개했는데 역무 분류 개편과 결합상품 고시 등 시기와 일정은 잡혔는가.

 ▲로드맵은 통신산업 환경변화에 따른 ‘예측 가능한 규제시스템’을 사업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지금 통신시장이 제자리걸음(정체)을 시작했다. 매출 성장률이 1∼2%에 불과하고 가계비중 통신지출이 6%를 넘어 한계점에 바싹 다가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개혁이 절실하다. 통신서비스 산업이 혁신을 통해 활성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결합상품을 비롯한 새 서비스를 국민이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신규 사업자가)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 궁극적으로 규제완화를 통한 경쟁활성화, 소비자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추되 제도 개선 시기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고 보완책을 마련해 규제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사전에 막겠다. 기간통신역무(통신사업 분류제도) 통합안과 결합상품 고시안은 1분기 안에 끝낼 것이다.

 -기간통신역무 개편작업은 12년 만이다.

▲그래서 기대가 크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미 ‘규제’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의 기간통신역무 구분은 그동안 사업자들에게 ‘규제인 동시에 보호막’으로 활용·유지돼온 느낌이다. 이젠 바꿀 때가 됐다.

 ―지난해 정통부와 방송위원회의 통합이라는, 통·방융합 논의의 획기적인 결정이 있었는데도 IPTV 상용화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통·방융합 논의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성과가 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정부안(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나오지 않았나.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추진 3대 과제는 IPTV 상용화, 규제기구 출범, 아날로그 TV 방송의 디지털 전환 등인데, IPTV가 최우선 과제다. 그러나 규제기관(정통부·방송위원회)을 일원화(방송통신위원회)하기 위한 정부안이 빨리 확정돼야 IPTV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다. 2월이나 4월에 국회에서 논의할 텐데 앞당겨질 수도 있고, 다음 정부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안이 확정되지 않는다면 IPTV 관련 합의를 끌어내기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새로운 서비스를 활성화해 성장동력화 하기 위해서 법안처리 여부를 빨리 논의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 부문은 어떻게 돼가고 있다.

 ▲난제였던 ‘디지털 방송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안’ 작업 역시 아날로그 방송 종료시점을 정하고, TV에 디지털 방송 수신칩을 내장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큰 진전이 있었다. 실제로 2012년에 아날로그 방송 송출을 중단하기로 법안에 담았다.

 ―2012년은 불과 5년 뒤다. 그럼에도 국민 대다수는 디지털방송 전환 시기는 물론, 정책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시중 유통매장에 나가보면 여전히 아날로그 TV 구매가 많다. 정책 홍보가 부족하지 않았나.

 ▲정확한 지적이다. 디지털 방송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 추진위원회에서도 그런 지적이 많았다. 정책 홍보는 빨리 시작해야 할 주요 활동 중 하나다.

 ―주파수 할당과 재배치 문제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새로운 서비스는 주파수를 활용하는 분야에서 많이 나온다. 융합 서비스도 그렇다. 관련산업 경쟁력이 주파수가 좌우하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결국 한정된 국가 자원인 주파수를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사업자가, 필요한 시기에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우선 정책과제다. 정부는 주파수 문제를 계속 보완해 개선방향을 잡되, 경제적으로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시장친화적인 사업자에게 주어야 한다. 주파수 이용권 임대를 통해 유통도 활성화해야 한다. 한번 받은 주파수를 영원히 소유하겠다는 발상은 버려야 할 것이다. 앞으로 주파수 재배치가 가능하도록 2011년부터는 현재의 심사 할당방식을 대가 할당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동통신용 800㎒의 경우 이미 특정 사업자에 심사 할당된 대역이다. 정부가 사후에 관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업자끼리 협의해 잘 활용해야 하겠지만, 2011년 대가 할당 방식으로 전환할 때 재정리돼야 할 것으로 본다.

 ―‘주파수경매제’를 도입하겠다는 뜻인가.

 ▲고려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지향하는 방향이다. 발목을 잡는 것은 경매를 하면 무조건 돈을 많이 써내는 사람에게 (주파수가) 가고, 무작정 끝까지 갈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 동기식 IMT2000이나 와이브로 사업권 포기 사태에서 보듯 기업도 이제는 충분히 학습했다고 본다. (주파수를) 무조건 할당받고 보자는 시대는 이제 갔다.

 ―통신시장 제도개선 로드맵에 주파수 경매제도 포함된 것인가.

 ▲그렇다.

 ―전임 장관 시절에 추진했던 IT 839사업에 대한 안팎의 평가가 엇갈리는 것 같다.

 ▲신성장동력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부단히 추진할 것이다. IT 839의 기본 틀은 ‘서비스와 기기의 동반 성장’이다. 이는 정보통신 발전 역사를 되짚어보더라도 우리의 장점일 뿐만 아니라 정책적 선순환 구조라고 생각한다. IT 산업이 반도체, 휴대폰을 이을 품목을 다변화하고 미래 먹거리가 될 씨앗과 묘목을 기르기 위해 IT 839가 필요하다. 이 용어를 폐기하기에는 아까운 브랜드다. 외국에도 예상보다 많이 알려졌더라. IT 839는 ‘진대제’나 ‘노준형’이 자랑할 게 아닌 ‘정부의 일’이다.

 ―KTF가 3세대이동통신서비스(WCDMA/HSDPA) 시장에서 노키아 등 외국산 단말기를 쓸 수도 있다고 했다.

 ▲세계화로 국경이 낮아졌다. 3세대는 2세대(CDMA)와 다르다. 노키아 등을 통해 과거보다 기회가 많아진다고 보고 우리 기업도 해야 한다. 3세대에서 비동기·동기 등 복수표준을 채택했을 때에는 국내 시장 경쟁도 각오했어야 했다는 게 원론적 차원의 생각이다. 다른 차원에서는 기업이 기존 규칙을 바꾸기 전까지는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단말기에 대한 탑재가 의무화된 위피(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 정책이 바뀔 수도 있는가.

 ▲현재 규정은 그대로 지켜야 한다.

 ―지난해 HSDPA와 와이브로를 상용화했지만 기업의 수익은 별개인 것 같다.

 ▲세계적 관심거리다. HSDPA는 올 상반기에 전국 네트워크가 갖춰진다. 로드맵을 만드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빨리 음성서비스를 데이터서비스로 전환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거의 모든 것(제도개선정책)의 전제조건이다. 우리 통신사업자가 보호 칸막이(수직규제) 안에서 너무 음성통화에 안주하는 측면이 있다. 더욱 빨리 HSDPA로 가고자 하는 이유다. 음성통화에서 데이터서비스로 본격 진화하면 새 시장이 생길 텐데, 이는 경제적 원리에 가장 잘 맞는 얘기다.

 ―애플이 휴대폰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전화서비스를 내놓는 등 글로벌기업들의 움직임에 통신사업자들의 위기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 같다.

 ▲인터넷 경제의 본질적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융합 추세도 경쟁 범위가 넓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통신) 네트워크·서비스·소프트웨어 등 부문별 경쟁 범위가 더 넓어지고 치열해질 것이다. 특히 글로벌 경쟁이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4일 개막되는 다보스 포럼에 초청받았는데 글로벌 경쟁 현실화에 대비한 외교적 노력인가.

 ▲우리나라 IT 위상이 높아져 초청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 IT 능력이 세계에 처음 표출된 것은 2002년 월드컵에서였다. 불과 4년여 만에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요직에 후보를 내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고, 다보스포럼에 초청받는 등 다양한 경험들이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신문 독자에게 하고픈 말씀은.

 ▲IT는 미래 산업을 꽃피울 인프라다. 지금까지 IT가 우리 삶에 크게 기여했던 것처럼 IT의 무한한 능력과 가치를 미래에도 지속시켜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전자신문 독자께서도 이 같은 정통부 노력에 힘이 되어 주기 바란다.

정리=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2007년 정보통신부 주요정책

◇통방서비스 규제체계 개편=통방융합 시대에 대비한 규제체계 정비.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과 IPTV 관련 법안이 원활하게 처리돼 통방융합 현상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조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함. 방송통신위 발족 고려, 정책수단 재정비.

 ◇중장기 통신정책방향=기간통신 역무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개선하여 시장진입을 완화하고 경쟁을 활성화. 유선·무선 역무구분은 시장동향과 법개정 사항, 개별 규제 이슈와의 관계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

 ◇혁신형 IT 중소기업 육성=작지만 강한 글로벌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정책 목표 설정. 수요자 중심의 정책지원과 기술·시장 연계강화 방안 마련.

 ◇RFID/USN=기술·시장수요·산업기반·법제도 등을 포함하는 종합 육성정책 수립. 정통부내 역량을 결집하고 범부처 협력 유도. 송도에 u-IT 클러스터 설치 및 운용을 통한 지원.

 ◇글로벌 핵심 IT인력 양성=석·박사급 인력의 공급 기반과 수요지향적 교육시스템 강화. IT교육 제도화와 글로벌 인력수요 등을 반영한 인력 기본계획 마련. 하반기에 국제시장과 기술환경을 감안한 중장기 플랜 마련.

 ◇IT부품소재=메모리·디스플레이 이후의 글로벌 주력 제품군 확대. 부품소재 전문기업 성장 촉진. 지원방안으로 서비스와 기기 동반 해외로드쇼 개최, 시장선점을 위한 테스트베드 등 국내 조기검증 지원 강화를 통한 해외시장 개척 지원.

 ◇정보화 역기능 해소=인터넷 익명성에 따른 불법·유해정보 유통을 막기 위해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올 하반기부터 하루 평균 방문자 수 10만명 이상인 대형 포털과 공공기관에 한해 제한적으로 운용할 계획.

 ◇소프트웨어=공개 소프트웨어와 임베디드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지원 강화. 전자정부시스템 등의 IT 서비스 모델을 중심으로 국산 솔루션과의 연계진출을 확산해 수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 마련.

 ◇IT839 전략 성과관리 강화=IT839 전략을 실질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활성화 목표수준 설정과 분야별 활성화 방안 시행. 주요 추진과제는 와이브로 망 투자 및 결합상품, DMB 수익모델 형성, IPTV 법제 정비 등을 추진.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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