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찰의 구간 단속에 대한 우려

 경찰당국이 도로에서 평균속도를 측정해 과속차량을 적발하는 ‘구간단속’을 확대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과속카메라 앞에서만 슬쩍 속도를 낮추고 다시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운전습관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운전자는 기존 과속카메라보다 훨씬 지능적으로 바뀐 단속기법인 구간단속의 등장에 찬반양론이 분분하다.

 GPS 단말기 확산으로 범칙금 수입이 줄어든 경찰당국이 마침내 해결책을 찾았다는 냉소적 반응부터 이번 기회에 전국 고속도로와 사고 다발지역에 전 구간 단속을 도입해서 과속을 뿌리뽑자는 원칙론까지 충돌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 양재 IC에서 출발한 운전자가 경부고속도로(417㎞)를 세 시간 만에 주파했다면 부산 톨게이트에서 과속딱지를 떼야 한다. 경찰의 계획대로 구간단속이 전국으로 확대된다면 사람들은 운전대를 잡는 순간부터 평균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심리적인 압박을 받게 될 전망이다. 걱정되는 점은 구간단속이 여타 언론매체의 호들갑처럼 과속예방에 특효약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찰청도 인정하듯이 구간단속은 교량이나 터널처럼 수㎞ 이내의 짧은 도로구간에서만 효과가 있을 뿐 아무데나 도입할 수 없는 단속기법이다. 운전자가 단속용 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은 갓길로 달리거나 샛길로 빠지게 되면 구간단속이 어렵다. 또 고속도로에서 과속을 하다가 휴게소에 들러 쉬다가 나오면 역시 소용이 없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점은 운전자가 무심코 평균속도를 넘겼다가 톨게이트에 근접하면 단속을 의식해 거북이 운행을 하기 때문에 열악한 도로교통사정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또 도로 위의 차량번호를 무조건 인식하는 구간단속의 특성상 범죄수사를 빌미로 운전자의 이동경로가 드러나는 사생활 침해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요컨대 구간단속은 기존의 무인단속시스템을 일부 보완하는 기술일 뿐이다. 덮어놓고 구간단속을 확대 도입하게 되면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르게 된다. 운전자가 주행 중에 평균속도를 끊임없이 계산해야 하는 스트레스와 국가 물류비용의 상승을 생각해보라. 진정 과속사고를 막고 싶다면 운전의 쾌적성과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감수하고라도 신차 출고 시에 법정제한속도인 110㎞ 이상 속도를 못 내게 하는 스피드 리미터를 장착하는 게 차라리 낫다. 가려서 쓰면 좋은 약이 될 구간단속이 자칫 국가기관의 편의주의 때문에 대한민국 도로를 거대한 원형감옥처럼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배일한기자·디지털산업팀@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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