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 수출규모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전자산업에서 올해 처음 부품이 완제품 수출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산 전자제품 수출을 이야기하면 대형TV나 냉장고·에어컨 등이 그 주역이었다. 여기에 들어가는 주요 핵심부품은 대부분 일본 등 선진국에서 수입했다. 한국의 전자산업을 비유할 때 항상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거나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사람이 번다’ 등의 속담이 등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올해 부품수출이 완제품 수출 규모를 넘어선다면 이제는 우리 전자산업도 이에 걸맞은 적극적인 정책지원과 투자확대가 시급한 일이라고 하겠다. 부품은 제조업 경쟁력 강화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부품의 수입의존도가 높으면 완제품은 그만큼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산업자원부 등은 올해 처음으로 부품이 전체 수출에서 절반을 넘어선 55%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 것은 우리 전자산업이 대외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실제로 반도체와 LCD·무선통신부품·컬러TV부품의 4개 부품이 올해 상위 5대 수출 품목에 들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이런 예측은 한국 전자산업이 과거 외형 위주에서 이제는 질적 성장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상징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하다.
우리나라 부품산업이 이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던 요인은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완제품 생산라인이 해외로 이전돼 부품 수출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5대 전자 수출품목 중 4개가 부품이 차지한 것처럼 반도체나 LCD 기업의 선투자와 기술개발 노력을 도외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디지털시대에 급변하고 있는 기술트렌드에 맞춰 융·복합 부품개발을 추진해온 전문기업의 아이디어, 이를 완제품에 적용한 대기업의 호응이 결합한 결과기도 하다. 여기에 부품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02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일렉트로0580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아직 최종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기간 동안 총 760억원을 투입해 무려 8000억원 가까운 기대효과를 불러일으키면서 부품산업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품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렉트로0580 프로젝트로 인해 2010년까지 총 1조416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왜 부품산업을 육성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국내 부품기업은 대부분 중소 전문기업이다. 따라서 부품업체는 고부가치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기업의 대형화를 유도해야 한다. 정부도 부품 산업이 발전하면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해묵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업난도 해소할 수 있다. 아울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도 자연스럽게 풀어갈 수 있다. 이번 기회가 부품소재 산업의 수출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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