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로봇산업이 우리 경제의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중요하다는 것은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도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현 정부가 로봇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전에도 로봇은 전통적으로 주요 기간산업이었지만 큰 틀에서 보면 기계산업이나 공작기계산업의 일부로 여겨졌다.
로봇이 별도 산업군으로 부각된 것은 지난 2001년 정부의 차세대 기반기술 사업으로 산·학·연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는 ‘퍼스널로봇 기반 기술개발 사업’이 시초라 볼 수 있다. 당시로서는 로봇분야에서 가장 큰 국책사업을 시작한 것이었다. 또 2003년에는 로봇이 이른바 10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되면서 로봇업계는 그동안 일반기계나 공작기계의 범주에서 완전히 벗어나 비약적인 성장의 계기를 맞게 됐다.
각종 언론보도와 전시회, 행사를 통해서 로봇은 가장 주목받는 스타산업의 위치로 올라섰다. 또 산·학·연의 많은 전문가가 참여해서 로봇산업 발전을 위한 원대한 로드맵을 그렸고 기술개발에도 많은 정부자금이 지원됐다. 하지만 새해를 맞아 로봇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로봇산업의 현실을 생각하면 다소 허전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모두 정말 열심히 노력했지만 정작 로봇산업을 성원해준 국민에게 보여줄 만한 성과물이 아직은 빈약하기 때문이다. 로봇산업이 우리 경제를 이끌 차세대 성장동력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산업육성을 위한 접근방법은 달라져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우리는 과거의 성공했던 모습들을 생각하며 벤치마킹하곤 한다. 나는 새해를 맞아 온 국민이 한마음이 됐던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성공모델로 생각해 본다. 당시 국민은 4강 신화의 공을 선수보다는 감독에게 더 많이 돌리는 것을 경험했다. 분명 운동장에서 뛴 것은 선수들이었는데 최고의 찬사는 벤치의 히딩크 감독에게 쏟아졌다. 아직까지도 우리 국민은 그 명감독에게 애정과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처음 외국인을 월드컵 대표팀 감독으로 정했을 때 축구계의 반발이 얼마나 심했는지 기억할 것이다. 국내 축구 전문가들에게는 수치스러운 일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축구협회는 월드컵 16강이라는 지상과제를 위해 국내 감독을 고집하지 않고 과감히 외국인 감독인 히딩크를 선택했다. 우리 축구계의 병폐인 학연·지연·혈연 등을 다 배제하고 실력 있는 선수를 최적의 위치에 투입한다는 원칙을 실현하기에는 히딩크가 적임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축구협회의 과감한 승부수가 최상의 결과를 낳았음을 우리 국민은 잘 기억하고 있다.
지금 국내 로봇업계를 보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 축구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만든 히딩크와 같은 지휘자라고 본다. 지금 로봇업계에서 선수역할을 할 인재는 충분하다. 당장 국내 로봇산업 규모에 비하면 전문가나 종사자, 지원자는 모자란다고 할 수 없다. 로봇산업에 대한 정부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성과물을 빨리 도출하려면 로봇업계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편이 공정한 결정을 내리는 데 오히려 바람직하다. 로봇산업을 총괄하는 인물이 외국인이면 어떻고 로봇 전문가가 아니면 또 어떠한가. 차세대 로봇산업의 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내고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이면 되는 것이다.
그동안 로봇산업 육성을 위해서 수많은 회의가 열렸고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서 좋은 내용을 로드맵에 담아왔다. 앞으로 일부 내용의 수정, 보완은 필요할지 몰라도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계획은 거의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실전에 나가 승전고를 울릴 때가 온 것 같다. 로봇업계는 그동안 많은 지원과 응원을 받아왔고, 훈련해왔다. 언제까지 훈련생으로만 남아 있겠다고 하겠는가. 국민은 그동안 많은 전시나 행사, 언론 등에서 로봇업계가 약속한 출시계획, 발전계획 등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려면 로봇업계 스스로 환골탈태하려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차세대 로봇산업이 로봇업계 종사자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서 외부 목소리도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장성조 한국 로보원위원장 roboone@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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