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얼리어답터들 사이에서 ‘코원다움’과 ‘디큐스러움’이라는 말이 한창 회자되고 있다.
국내 디지털 디바이스 업계의 대표주자인 코원시스템과 디지털큐브의 각기 다른 소비자 응대 방식을 빚대어 하는 말이다.
코원이 자사 프리미엄 MP3플레이어인 D2의 고리 밑면 케이스에 구멍이 뚫린 것을 회사 차원에서 공식 인지한 것은 지난달 25일. 곧바로 성탄절 저녁 긴급 임원회의가 소집됐고 이 자리에서 바로 전량 리콜과 사은품 지급이 결정됐다. 하루 만의 일이다.
코원은 이미 지난 2004년 초 당시 최신 MP3P 모델인 ‘I4’서 대량의 버그가 발견돼 전량 보정품으로 교체해준 것은 물론이고 고급 이어폰(젠하이저 MX400)을 사은품으로 내놓은 경험이 있다.
코원 관계자는 “당시의 쓰라린 경험이 이번 사태 대응책 마련에 큰 도움이 됐다”며 “사실을 직시하고 소비자의 시각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 사태를 최소화하는 것임을 비싼 수업료를 지급하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리콜 사태 이후 오히려 ‘코원빠(코원 마니아)’가 급속히 늘어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반면에 디지털큐브는 지난해 경험한 PMP 전자파 리콜 사태를 내부 위기대응 매뉴얼로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디지털큐브가 내놓는 일련의 PMP 신제품에서 발생되는 잦은 버그와 그에 따른 고객 응대상의 문제점 등은 여전히 ‘디큐스럽다’는 말로 네티즌의 입방아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큐브 측은 지난 11월 말 당초 목표했던 매출액인 1800억원보다 대폭 줄어든 1007억원을 2006년도 예상매출액으로 정정 공시했다. 이때 디지털큐브 관계자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649억원에 불과해 매출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이는 상반기 네티즌의 무리한 리콜 요구에 따른 출혈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출 감소 원인을 고객의 리콜 요구로 돌렸다.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가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비자 중심주의(consumerism)’ 시대다. 소비자는 질 좋은 제품뿐만 아니라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고객서비스와 진심 어린 피드백까지 원한다. 부디 이번 일을 계기로 이제 갓 국내외에서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한국 디지털 디바이스 업계에 확실한 ‘학습효과’가 나타나기를 바란다.
류경동기자·퍼스널팀@전자신문, ni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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