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국민이 가장 관심 있는 날짜는. 자신이나 가족의 생일을 빼면 아마도 12월 19일이 아닐까 싶다. 17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대선 열기는 새해 첫날부터 뿜어나왔다. 이날 거의 모든 신문과 방송이 대선 주자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열기는 더욱 고조될 것이다. 그렇지만 수십만명의 청중을 동원했던 과거 대선을 생각하면 정말 조용하다.
무엇이 대선 분위기를 이렇게 바꿔놓았을까. 미디어선거다. 97년이 원년이다. 선거법을 개정해 대규모 옥외집회를 없애고, 미디어를 통한 토론과 연설을 대폭 늘렸다. 100여 차례 후보자 토론회가 실시됐다. 유권자의 80%는 지지자 결정에 TV 토론이 도움이 됐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미디어선거는 지난 대선에서 꽃을 피웠다. 인터넷 미디어까지 등장했다. 극적인 승리를 거둔 노무현 대통령을 사람들은 인터넷대통령이라고 불렀다.
인터넷 미디어의 힘은 더욱 강해졌다. 아직 TV에 못 미칠지 몰라도 적어도 젊은층에선 막강하다. 주요 포털업체의 문턱을 들락날락하는 각 대선 캠프 관계자가 최근 부쩍 늘어난 것도 이를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엔 블로그·미니홈피 등 이른바 사용자제작콘텐츠(UCC)가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최근 여중생 폭행 사건에서 보듯 UCC의 영향력은 기존 미디어에 버금간다. 더욱이 선관위는 대선 120일 이전엔 TV·신문·인터넷언론의 후보자 대담이나 토론회를 규제할 방침이어서 UCC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 중간선거에서 떨친 위력을 우리나라에서도 재연할 판이다.
UCC의 파괴력은 바로 ‘입소문’에서 나온다. 사람들은 뜬소문일지라도 입소문이라면 일단 솔깃해한다. 개인을 연결한 UCC는 입소문이 퍼지기 딱 좋은 공간이다. 과거 유권자들도 입소문에 민감했다. 공간이 현실에서 사이버로 옮겨갔다고 보면 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대부분의 입소문은 기존 미디어가 제공한 정보를 바탕에 뒀다는 점이다. 미디어가 정확한 사실을 균형있게만 보도한다면 아무리 악의적인 입소문이라도 설 자리가 없다. 기존 미디어에 더욱 큰 책임과 의무를 요구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TV와 인터넷 인프라를 보유해 미디어선거가 정착할 최적지다. 이번 대선을 통해 진정한 미디어선거의 전형을 세계에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화수 u미디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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