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교류로 신뢰 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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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남북교류에 어려움이 많았던 한 해였다. 북한의 핵실험 사태가 남북교류의 위축을 가져왔으며, IT 분야의 교류 역시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IT가 남북 간 교류를 확대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분야라는 데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 분야 특성상 남북교류에 민감하게 작용하는 요인이 많다. 특히 핵실험과 같은 사안이 발생하면 남북 간 모든 교류를 핵실험과 연관시키려 하기 때문에 아주 힘들다. 지난해 IT 분야의 교류는 예년에 비해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희망적인 성과들은 있었다. 지난해 정보처리학회·정보과학회·벤처기업협회 등이 공동으로 북한에 3만권의 IT도서를 전달한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 대표단은 김책공대에 가서 도서 전달식을 가졌고, 지속적인 교류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우리가 지원한 도서가 교육기관에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혹시 우리 의도와는 다른 용도로 사용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비정치적 차원의 IT교류가 절실하다는 데 양측이 공감대를 형성했기에 결실을 볼 수 있었다.

 북측도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했고 우리측 관계자도 이러한 교류가 남북 간의 친밀도를 높이는 데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나는 지난 12월 김책공대 전자도서관을 다시 찾았다. 이번 방문은 도서전달과는 전혀 다른 문제로 추진됐는데 김책공대의 안내원을 따라다니면서 지난 5월에 전달한 도서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봤다. 열람실을 두 군데 정도 지날 때까지 우리가 전달한 도서를 찾을 수 없어 내심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결국 3층 열람실에서 낯익은 책들을 보게 됐다. 바로 우리가 전달한 도서들이 열람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던 것이다. 안내원은 “남측에서 지원한 IT 도서를 학생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별도 공간을 만들어놓았다”며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했다.

 사실 북한은 IT도서가 부족해 주로 일어·영어·중국어로 된 책을 보고 공부를 한다. 이제는 우리가 보내준 책으로 공부하겠지만 용어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남한 책으로 공부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많은 책이 전달되고 이 책으로 공부하는 북한 대학생이 늘어나면 IT용어를 통일시키는 데도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 북한을 다녀오면서 느낀 점은 우리가 너무 문제를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어떨 때는 상황을 단순하게 볼 필요가 있다. 너무 많은 고민과 우려가 오히려 긍정적인 사고를 막고 일을 추진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남북 간의 IT교류 필요성에 대해서는 남북이 모두 공감한다. 특히 북한은 기초과학기술 인력이 풍부하다. 우리의 IT와 결합한다면 IT강국으로서 세계의 흐름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남북 교류 시 제일 중요한 것은 신뢰 구축이다. 신뢰를 쌓기 위해선 지속적인 교류가 필요하다. 교류 초기에는 시행착오가 불가피하지만 사업을 지속하다 보면 많은 부분에서 믿음이 쌓이고 있다는 점을 발견한다.

 여러 정치적 변수로 인해 새해 남북교류 전망도 그렇게 밝지는 않다. 그러나 항상 상황은 변하게 마련이고 그 변화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올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사업을 지속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새해에 나는 IT도서 지원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정보과학회와 정보처리학회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른 학회와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교류의 규모가 아니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용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일이다. 지난 10여년간 내가 대북 교류를 진행하면서 얻은 결론이다. 정해년 새해 남북관계에도 큰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

◆유완영 유니코텍코리아 회장 jamesu6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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