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창조와 혁신 IT코리아의 새동력

 ‘미래는 상상한 만큼 이뤄진다.’

 공상과학 소설가 쥘 베른이 쓴 ‘80일간의 세계일주’와 ‘해저 2만리’에는 달여행 로켓, 텔레비전, 잠수함, 휴대전화 등 많은 미래 상품들이 등장한다. 그 후, 100년간 인류는 우주시대를 열었고 그가 소설에서 만들어낸 상품 대부분은 현실화됐다. 과학자들은 “지난 20세기는 과학이 쥘 베른의 상상력과 꿈을 쫓아간 시대”라고 말한다.

◇창조적인 것만 살아남는다=지난 1876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조수인 왓슨과 함께 사람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기계를 발명했다. 그가 옆방의 웟슨에게 했다는 유명한 말, “미스터 웟슨, 이리로 오게. 자네가 보고 싶네.” 이것이 바로 인류 최초의 전화 통화기록이다.

 같은 시기에 천재 과학자 엘리셔 그레이도 전화기를 발명했다. 그레이는 평생을 전화기 개발에만 몰두한 전신 엔지니어다. 전기학 전문가인 그레이가 오히려 기술면에서는 벨보다 한발 앞섰다는 것이 과학계의 평가다. 그러나 두 사람은 너무나도 다른 인생을 살아야 했다. 벨은 전화기 하나로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쥔 반면, 그레이는 후회와 통탄의 세월을 보냈다. 사람들은 그레이라는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그레이엄 벨과 그레이의 차이는 단 한가지. 그레이는 전화기를 조금 발전한 전신기술의 하나로만 여겼다. 주변 사람들도 대부분 전화기를 재미난 ‘장난감’이라는 반응이었다. 결국, 그레이는 단순한 ‘기술’을 개발한 과학자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벨은 자신의 발명품을 인류 미래에 기여할 수 있는 창조적인 대상으로 보았다. 그레이엄 벨의 ‘창조적 정신’은 지금도 그 무한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창조는 조금 더 편리한 기술이나 조금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수준을 뛰어넘는다.

 ◇혁신은 99% 땀의 결실=삼성이 반도체를 시작한 1974년은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던 시기였다. 시장 전망 또한 어두웠다. 낸드플래시 독자 개발을 선언한 2001년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삼성은 ‘철저한’ 정보 분석을 바탕으로 누구도 생각하기 어려운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그 결과, 불과 20년만에 반도체는 수출 비중 11%를 차지하며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하는 대표적인 자존심 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섣불리 나설 수 없었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 서비스도 당시엔 도박에 가까운 대모험이었다. 정책과 기술·사람·시장 어느 것 하나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숱한 논란과 우여곡절, 그리고 파행을 겪었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도 가보지 않은 전인미답의 길로 들어선 지 10년 만에 우리는 ‘정보통신 강국, IT코리아’란 금자탑을 쌓았다.

한국이 일궈낸 반도체와 CDMA 신화는 결코 우연이나 행운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문제와 장벽을 뛰어넘어 해결하려는 ‘땀’과 ‘눈물’의 결실이다. 이는 새로운 미래를 향한 ‘창조적 개발’과 ‘혁신적 사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후의 승자, 창조적 혁신기업=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세계적 기업들 대부분이 지금도 ‘창의성(Creativity)’과 ‘혁신(Innovation)’을 새로운 경영 목표로 강조한다. 실리콘 밸리 반도체 신화의 주역인 인텔조차 “우리는 더 이상 반도체회사가 아닌 가전회사”라고 말할 정도다. 기존의 모든 것을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위기의식의 산물이다. 그리고 실제로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이전에는 더 잘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였지만 지금은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마인드와 실천을 어떻게 부가가치 생산성과 연계시키느냐가 생명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이동통신 등 IT수출로 세계 10대 경제대국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독창적 고부가가치 분야에서는 아직도 선진국에 밀린다. 단순 생산·제조이나 응용기술에서는 중국의 맹추격으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연일 ‘창조’와 ‘혁신’을 부르짖지만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오히려 ‘혁신 피로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말해주듯 튀는 행동을 경계하는 우리 문화가 창조와 혁신에 걸림돌이 되는 것도 현실이다.

 치열한 생존 경쟁과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영원한 승자는 있을 수 없다. 오늘의 승자가 하루아침에 패자로 전락하기 일쑤다. 마지막 승리자가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한순간이라도 ‘창조와 혁신’을 멈추는 자는 최후의 패배자가 될 운명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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