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계열 정상화 닮은 꼴 하이닉스에서 배워라

 팬택계열에 대한 실사작업이 시작됐다.

 26일 외부 실사기관으로 선정된 한영회계법인은 실사인력(한영회계법인 내 재무자문본부)을 투입해 팬택계열에 대한 재무구조와 사업전망 등을 정밀 실사한다. 한영회계법인은 채권유예기간인 2개월 내에 실사보고서 작성을 마칠 예정이다. 실사인력 일부는 현재 팬택계열 본사에 상주하고 나머지는 외부에서 실사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내년 2월이면 실사를 마치고 경영정상화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실사보고서를 바탕으로 기업의 회생가치가 크다고 판단되면 팬택과 경영 개선 약정서(MOU)를 교환하고 본격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경영 개선 계획에는 부채의 만기 연장과 이자율 조정,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 전환 등의 채무 재조정 조치가 포함된다.

 ◇유동성 위기와 장밋빛 시장 전망=최근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팬택계열은 하이닉스와 닳은 점이 많다. 지난 2001년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갈 당시 하이닉스반도체는 감당하기 힘든 유동성 위기를 안고 있었다. 신규 투자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어 보였다. 다만 하이닉스는 바닥을 헤매던 반도체 시장이 호황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실제로 반도체 메모리 시장은 2002년부터 호황세로 돌아섰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팬택계열도 공격적 투자와 사업 확대로 인한 유동성 위기가 워크아웃을 불러왔다. 노키아·모토로라·삼성전자·LG전자 등 미국·유럽 휴대폰 업체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팬택 또한 신규 투자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회사가 처한 위기 상황뿐 아니라 시장 전망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휴대폰 시장은 매년 급성장해왔고 전망 또한 장밋빛이다. 오는 2008년까지 지구촌 2명 가운데 1명이 휴대폰을 갖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종배 산업은행 부총리는 이번 채권은행 공동관리 배경으로, 멕시코·러시아·미국 등 해외에서 받아 놓은 수주물량과 시장전망을 들었다.

 ◇‘헌신적 협조’가 원동력=하이닉스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시장이 활황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그러나 투자가 불가능했던 하이닉스가 상승세를 탈 수 있었던 것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보여준 협력업체의 ‘헌신적인 협조’ 덕분이었다. 하이닉스의 한 임원은 “장비·재료부터 우선 들여다놓고 돈을 벌어서 대금을 치를 수 있는 여건이 됐던 것이 시장 회복국면을 실제 영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이닉스의 협력업체들은 ‘대금 후지급’을 흔쾌히 수용해주었다. 또 협력업체들은 신규 장비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하이닉스를 위해 자발적으로 장비 개조에 도움을 주었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실현할 수 있게 했다. 장비업체 한 CEO는 “일부 외국계 장비업체가 외상값을 받기 위해 혈안이 돼 있을 때 국내 장비업계는 자발적으로 하이닉스 살리기에 나섰던 것으로 기억된다”며 “해외 매각 논의가 있을 당시에는 한목소리로 반대하며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하이닉스는 과거 자사를 인수하려 했던 마이크론보다도 더 많은 영업이익을 올리는 ‘신화창조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신화는 피와 땀을 요구했다.

 하이닉스는 재무구조 개선과 주력 사업 집중화를 위해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사업 부문의 지분 및 자산, 유가증권 및 해외 투자지분 등의 매각을 실시했고 이를 통해 최대한의 현금을 확보함으로써 유동성 증대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 엔지니어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제한된 투자 여력을 극복했다.

 하이닉스의 한 임원은 “어려운 상황에서는 결국 허리띠를 졸라매 경쟁사보다 생산원가를 줄여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수익성 위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전략적 고객을 선정해 긴밀한 관계를 한층 강화하면서 기회를 엿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팬택계열도 자구노력에 따라서는 충분히 이 같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

  김동석·심규호기자@전자신문, d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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