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재가공 비즈니스가 뜬다

 방송·영화·뮤직비디오 등 저작권 있는 콘텐츠를 구입 후 편집 등 재가공을 거쳐 업로드하는 콘텐츠 가공 비즈니스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네티즌이 방송 등 콘텐츠를 무단으로 편집해 올리는 불법적 형태와 달리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합법적으로 저작권을 구입, 이를 기반으로 수익모델로 삼아 정식으로 비즈니스화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저작권 있는 콘텐츠를 활용한 UCC가 음지에서 양지로 옮겨가는 셈이다.

 특히 이들 서비스 가운데 재가공된 콘텐츠를 인터넷에 업로드하는 UCC 제작 네티즌에게 수익을 나눠주는 형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는 저작권자·서비스사업자·네티즌이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장점 때문에 향후 참여업체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정식 서비스 봇물=가공 콘텐츠 서비스의 첫 테이프를 끊는 것은 SBSi(대표 윤석민)다. SBSi는 27일 사용자가 방송·영화 등 디지털 콘텐츠를 편집해 올려 수익을 공유하는 ‘내티비박스’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는 SBSi 측이 판권을 보유한 방송 등을 편집하거나 음악·자막을 입히는 등 가공을 거쳐 업로드하고 공유하는 서비스다.

 SBSi는 이로 인한 수익을 네티즌과 공유하며, 자신이 올린 콘텐츠가 얼마나 클릭되는지를 UCC를 업로드한 네티즌이 파악할 수 있도록 ‘거래인증제’도 새해 첫날 시작하기로 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도 이르면 내년 1분기 콘텐츠 재가공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으로 방송사와 영화사 등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 또 오프라인 어학원에서 출발, 콘텐츠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인 CDI홀딩스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키로 하고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 마련에 한창이다.

 UCC 콘텐츠 플랫폼 업체인 판도라TV도 그간 불법 가공 콘텐츠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새해 1월 저작권 있는 가공 콘텐츠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방송사·뮤직비디오 업체 등과 연간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다.

 ◇가공 콘텐츠 서비스 왜 뜨나=재가공 서비스의 부상은 동영상 콘텐츠 소비 패턴의 변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드라마나 영화 등 이미 만들어진 ‘기성품’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형태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원하는 콘텐츠만을 골라서 감상하는 형태로 변모했다. 예를 들면 ‘이승엽 선수 홈런 1∼50호 모음’이나 ‘특정 탤런트 눈물연기 모음’ 등이 인기를 끄는 식이다.

 최근 방송3사 등이 인터넷 포털과 UCC 플랫폼 업체들을 대상으로 저작권 있는 콘텐츠 사용 금지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저작권 보호에 대한 움직임이 늘어나는 것도 정식 비즈니스로 자리잡아 가는 하나의 요인으로 보인다. 또 방송이나 영화의 부가판권 시장이 미미한 국내 환경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이 시장 확대를 견인하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황승익 판도라TV 이사는 “애니메이션, 케이블 방송사, 뮤직비디오 업체들로부터 콘텐츠 공급 계약 협상 요청이 밀려들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수익모델 창출=가공 콘텐츠 서비스의 수익모델은 △인터넷 동영상 광고 △동영상 클립 휴대폰 및 PC 배경화면 등 다운로드 △지하철이나 스키장 같은 외부 콘텐츠 제공 세 가지로 나뉜다. 어느 경우에도 UCC를 제작한 사용자와 수익을 공유하게 된다.

 판도라TV는 그간 인터넷 비즈니스 역사상 수익공유 모델이 성공한 적이 없어 생기는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하기 위해 원하는 사람에게 자체적으로 3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수익을 선불로 제공하는 모델을 마련했다.

 이승훈 SK컴즈 상무는 “앞으로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단순한 콘텐츠뿐 아니라 원하는 부분을 잘라 편집, 재가공하는 콘텐츠 비즈니스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저작권자와의 협상이 가장 큰 숙제며 이것이 마무리되는 대로 구체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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