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방송 융합 시대라고 하지만 통신과 방송 양 산업 간 장벽은 여전히 높다. 규제기구 통합, 신규 서비스 도입 등을 둘러싼 양 진영의 대립도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사람 교류도 많지 않다. 오규석 씨앤앰커뮤니케이션 사장(43)은 융합 이슈가 불거지면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다. LG텔레콤, 하나로텔레콤 등 유무선 통신업체를 거쳐 서울지역 최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의 경영자가 된 드문 경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오 사장은 복잡한 실타래처럼 얽힌 통신·방송 융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컨버전스의 단계와 방향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융합이 마치 새로운 신천지로 묘사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IPTV만 해도 디지털TV와 기술적으로 동일한데 신개념의 서비스인 것처럼 포장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 사장은 현 단계의 융합을 사업자 융합 단계라고 표현한다. 방송플랫폼을 통해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통신플랫폼을 통해 방송도 제공하는 초기 기술 접목의 상태라는 설명이다. 아직 진정한 서비스 융합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지점에서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강조한다.
오 사장은 “SO들이 기간 통신사업자로 전환하며 통신의 규제를 받듯 IPTV를 제공하려는 통신사업자들도 현행 방송 규제를 존중해야 한다”며 “규제체계 개편 논의 속에 방송, 통신 모두 규제 완화를 추진해야 하지만 IPTV만 융합서비스라 방송 규제를 안받겠다는 것을 동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방송 진영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는다. 그가 앞서 경험한 통신업체에 비하면 고객 지향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경쟁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아직도 공급자 위주의 영업과 서비스 정책이 많다고 평가했다. IPTV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서비스 고도화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 사장은 이를 위해 내년 디지털케이블TV 가입자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닥시스 3.0 기술을 도입,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속도도 100Mbps급으로 높인다는 전략이다. HD서비스를 위한 콘텐츠 및 주문형비디오(VoD) 라이브러리를 확대하는 것도 핵심 과제로 꼽는다.
“융합에 대한 시각차를 극복하기 위해 통신과 방송 분야의 인력교류가 더 확대되야 합니다. 서로를 이해할 때 합의도 이뤄낼 수 있습니다. 제3의 융합 서비스를 통해 진정한 컨버전스를 구현하는 것도 이같은 토대 위에 가능할 것입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