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수출길 `RoHS 만리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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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부터 중국으로 수출하는 전자기기 완제품과 부품은 유해물질 함유 여부를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또 중국 정부가 중점관리 품목으로 지정한 제품은 내년 하반기부터 현지 시험분석기관을 통해 유해물질이 포함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강제인증을 받아야 한다.

 산업자원부가 최근 입수한 중국 신식산업부의 ‘전자정보제품오염관리법’(일명 차이나 RoHS)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내년 3월부터 자국으로 반입되는 전기·전자·통신 기기 1400종의 유해물질 함유 여부와 함유량을 제품에 표시토록 규정했다. 또 마킹과 유해물질농도·시험분석방법의 3개 산업표준도 제정, 규제방법도 구체화했다.

 유해물질 규제 품목은 11개 분류, 1400여종으로 대부분의 전기·전자·통신장비가 대상이다. 냉장고·세탁기·에어컨은 직접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내부에 들어가는 관련부품이 규제 대상이어서 사실상 거의 모든 전기·전자·통신 제품이 환경규제를 받게 되는 셈이다.

 중국 정부는 또 내년 상반기 1400개 제품 가운데 중점관리할 품목도 지정할 예정이다. 중점관리 품목으로 지정되면 해당 제품 공급기업은 유해물질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중국 시험분석기관(26개)의 강제인증을 받아야만 현지 반입이 가능해진다.

 중국의 이 같은 환경규제는 우리나라 관련업계에도 큰 불편과 피해를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나라 전기·전자·통신기기 부문 대중국 수출액은 11월 말까지 231억달러로 전체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단일 국가로는 수출비중이 가장 높다.

 정동창 산자부 산업환경팀장은 “중국이 예상보다 빨리 유해물질제한지침(RoHS)을 확정하고 관련 표준을 만든 것은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겠다는 의미”라며 “유럽연합의 RoHS와 달리 중국은 강제인증 부분이 많아 국내 기업에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또 EU에 전자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주로 대기업인 반면에 중국에는 중소 부품업체나 영세업체도 많아 체계적인 대응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차이나 RoHS 대응 대책들을 서둘러 마련키로 했다. 특히 산자부는 중국과 상호 협력체계를 가동해 국내 인증기관과 중국 시험기관과의 상호인정을 추진하는 한편, 산업정책본부장을 반장으로 업종별단체·대기업임원급이 참가하는 국제환경규제대책반을 꾸려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이와 함께 내년 1월까지를 집중 홍보·교육기간으로 정하고 서울·부산·구미·광주·대구·천안을 순회하는 긴급 설명회를 준비 중이다. 중소기업청도 주요 권역별로 휴대형 분석기를 확보, 현장을 순회하는 ‘이동분석지원반’을 내년부터 가동키로 했다.

 강홍식 한국전자산업진흥회 팀장은 “정확한 환경규제 국제표준이 없는 가운데 EU·일본·중국 등의 환경인증 부착방식, 시험요구 항목이 모두 달라 전자업계가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환경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삼성·LG 등 대기업이 국제표준을 주도하면서 우리나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 더욱 적극 나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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