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우리홈쇼핑 인수 `빨간불`

　유통 공룡인 롯데쇼핑이 그간 염원해온 홈쇼핑 시장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롯데쇼핑과 우리홈쇼핑간 기업결합 심사를 승인하며 방송위원회에서도 공정위처럼 최다주주 변경 승인이 쉽게 이뤄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방송위원 중에서 불허 취지의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12일 관련업계와 방송위에 따르면 당초 11일로 예정됐던 방송위원 9인 전체회의는 연기됐으며 18일 전체회의에서도 우리홈쇼핑 최다주주 변경 승인이 안건으로 올라갈지는 미지수다. 이는 지난 29일 방송위원 9인 전체회의에서 일부 방송위원을 중심으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불허 취지의 발언을 한데 따른 것이다.

방송위의 고위관계자는 “현재로선 18일 전체회의에 안건이 올라갈지, 승인이 날지 등에 대해 ‘모른다’는게 정답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충분한 검토 필요”= 지난달 공정위가 롯데쇼핑과 우리홈쇼핑의 기업결합을 문제없다고 승인해줄때까지만해도 롯데쇼핑의 홈쇼핑 진출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방송위가 최다주주 변경 승인을 해주더라도 앞선 공정위 결정 덕택에 부담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것. 실제 29일 회의에서도 A위원이 승인해줘도 무방하다는 발언을 했고 위원 2명이 동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위는 그러나 ‘승인대상 방송사업자’인 홈쇼핑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B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롯데쇼핑은 1994년, 2001년 두차례 홈쇼핑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사업자인데다 당시 점수집계표를 보면 주주구성 등에서 롯데를 부적격사업자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책 일관성을 위해 승인해선 안된다는 것. 또한 우리홈쇼핑의 기존 1대주주인 경방측이 2004년 제출한 ‘지분 매각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의 법률적 효력도 검토해야한다고 밝혔다. C위원도 우리홈쇼핑의 재승인 심사가 내년 3월에 있기 때문에 최다주주 변경 승인을 그후에 결정해야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선 2001년 당시 롯데가 이끄는 컨소시엄이 방송의 공익 실현 등의 항목에서 178점으로 하위권(12개 컨소시엄 중 9위)인데 우리홈쇼핑은 209점(2위)로 사업자로 뽑혔다는 점이 지적됐다. 우리홈쇼핑이 사업권을 획득한 이유가 공익 실현 등의 점수가 높았기 때문인데 롯데가 가져가면 정책일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당시 회의에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4인 중 한 위원은 “자료를 더 검토해야하며 섣불리 결론낼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망=일단 시선은 18일 전체회의때 안건 상정이 될지에 쏠리고 있다.

방송위는 경방이 제출한 각서의 법률적 효력을 재검토하기 위해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법률자문가를 의뢰한 상태다. 이 과정에 시간이 걸릴 경우 상정은 불투명하다. 상정돼도 전체 분위기가 찬성으로 돌아설지는 미지수다. 최악의 경우엔 표결까지 갈 개연성도 거론된다.

　이달내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함수는 복잡해질 전망이다. 우리홈쇼핑이 이미 재승인 절차에 들어간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홈쇼핑 재승인과 롯데쇼핑의 최다주주변경승인이 하나로 묶여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C위원의 지적대로 우리홈쇼핑 재승인 심사후 롯데쇼핑의 최다주주변경을 검토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쇼핑의 홈쇼핑 진출을 우려하는 GS홈쇼핑 등 4개 홈쇼핑업체들은 이달 3번째 진입 불허 건의문을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쇼핑의 김태화 팀장은 “방송위에서 검토하는 단계기 때문에 우리쪽에서 거론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