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연일 하락하며 수출 중소·벤처기업들이 환변동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고민에 쌓여 있다. 일각에서는 900원벽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내수업체까지도 환변동을 활용해 환테크에 적극 나서야 하지 않느냐는 시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내년 원·달러에 대한 환율 변동성이 큰 만큼 환테크 등 공격적 경영방법은 자제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년에 환율이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지만 너무 빠져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등 엇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연구소와 대기업들은 일단 내년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달러 약세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악화 두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또 올해 수준 또는 그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평균환율을 올해(960원)보다 35원이나 떨어진 925원을 내다본 삼성경제연구소의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원화 달러 약세 요인이 부각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달러 약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정부차원에서의 외환시장 개입 강도가 과거처럼 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내년 환율을 972원으로 예상했던 한국경제연구원의 허찬국 경제연구본부장도 “내년도 경상수지 적자를 우려해 환율이 상승할 것으로 보았으나 글로벌 달러 약세가 워낙 강한 상황”이라며 전망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도 내년 환율이 어느쪽으로 튈지 알 수 없는 만큼 기업들에게 방어 경영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외환은행 정중식 금융공학팀 과장은 “환율 전망은 불투명하며 이런 추세는 장기적으로 봐야한다”며 “환테크를 시도해 단기 수익을 노리는 것보다는 선물환·환변동보험 등으로 안정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환율 변동에 손 놓고 있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환위험에 대한 인식을 갖고 움직여야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내년 말 환율이 980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 한국투자증권의 전민규 수석연구원은 “내년 환율은 반등과 하락 요인을 모두 갖추고 있어 전반적으로 변동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환율을 이용해 투자하기는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3원 하락한 924.3원으로 마감하며 9년1개월여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김준배·황지혜기자@전자신문, joon·go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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