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천재서 노력하는 천재로

이윤열은 한때 ‘천재 테란’이라 불리웠다.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매 경기마다 상대의 넋을 빼는 현란한 플레이를 선보여 왔기 때문이다. 그와 경기를 가졌던 선수들 대부분이 “마치 맵핵을 쓰는 듯 두, 세 수 앞서 나간다”고 투정을 부리곤 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러한 천재가 더욱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타고난 천재’에서 ‘노력하는 천재’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이다.지난 18일 제주 서귀포시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 2’ 결승에서 ‘천재테란’ 이윤열은 ‘사신토스’ 오영종을 풀세트 접전 끝에 물리치고 우승트로피와 골든마우스는 물론, 제 3회 슈퍼파이트 출전 티켓까지 거머쥐었다. 지난 1년간 극심한 슬럼프를 겪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e스포츠 전문가들은 이러한 최근 이윤열의 상승세를 두고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던 전성기를 방불케 한다”며 “이대로라면 2007년은 이윤열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칠 것 없던 최고의 실력 이윤열은 불과 16세의 나이에 이미 각종 PC방 대회를 휩쓸며 그의 천재성을 알렸다. 고향인 마산을 시작으로 대전, 대구 ,부산, 서울 등지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2000년 iTV의 ‘고수를 이겨라’ 라는 프로그램에 출연, 그의 아이디를 팬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당대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던 최인규를 물리치며 파란을 일으킨 것. 그 당시 경기를 중계하던 캐스터는 “‘NaDa’란 아이디를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며 이윤열의 천재성을 주시했다.당시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이 경기를 두고 ‘럭키 펀치성 승부’라며 이윤열의 존재를 애써 부인했다. 하지만 그 이듬 해인 2001년부터 이윤열은 최인규와의 일전이 결코 운이 아니었음을 입증한다. 2001년 KPGA 4차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메이져 대회에서 10여 차례 넘게 우승하는 진기록을 달성한 것은 물론 2002∼2003 시즌에는 3대 방송사 리그를 싹쓸이하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 많은 관계자들을 경악케 했다. 전문가들은 그를  “콘트롤, 전략, 물량 모든 것을 고루 갖춘 완벽한 선수”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고 어떤 누구도 그 자리를 넘볼 수 없을 것 같았다. # 목표 잃고 끝 없이 추락하지만 스포츠에서 ‘천재’라는 닉네임을 가진 선수들은 그 타이틀에 자만해 결국 자멸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윤열도 지난 1년 동안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Nada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고 e스포츠 팬들의 뇌리에서 조금씩 사라져 갔다.관계자들은 지난 이윤열의 슬럼프에 대해 ‘더 이상 오를 자리가 없던 천재의 방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e스포츠 전문가는 “당시 이윤열은 무서울 것이 없던 최고의 선수였다”며 “조금의 자만심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열 본인도 자신의 자만이 화를 자초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메이저 무대에서 탈락하게 된 마지막 경기를 치르면서도 이 경기에서 지면 예선으로 떨어질 것이란 생각은 조금도 못했다”며 “PC방 예선을 치르고 나서야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 후 이윤열은 뼈를 깍는 고통을 격어야 했다. ‘이제 천재의 시대는 갔다’, ‘너무 게으른 것 아니냐’는 등 빚발치는 팬들의 비난은 물론, 철저한 무관심도 이겨내야 했다. 특히 팬들의 무관심은 이윤열에게 큰 상처가 됐다. 이윤열은 “프로로서 가장 무서운 것은 나 자신의 존재가 잊혀지는 것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황제를 넘어 더 높은 곳으로 하지만 팬들의 질타 오히려 약이 됐다.중 3때 경북 구미의 한 PC방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시작된 그의 천재성에 ‘노력’이라는 가속엔진을 달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발판으로 메이저 무대로 복귀, 단숨에 우승을 일궈낸 것이다. 이윤열은 “PC방 예선을 겪으며 이를 악물고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을 머릿속으로 수천 번도 더 되내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술을 끊고 심신을 단련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남는 시간을 모조리 연습하는데 쏟아 부었다. 팀원들이 달라진 그의 모습에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이때부터 이윤열은 단순한 천재가 아닌 노력하는 천재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이제 제 2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천재는 대부분이 타고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만년 2인자라는 불운의 딱지를 떼기가 쉽지 않다. 이윤열의 경우도 황제 임요환의 그늘에 가려 늘 2인자에 머물러야 했다.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며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을 때도 임요환의 스타성에 가려 큰 빛을 보지 못했다.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이윤열이 한 방송사에서 조사한 것처럼 포스트 임요환의 자리를 꿰차고 다시 한번 비상할 수 있을지 관계자들의 이목이 온통 ‘천재’의 차후 행보에 쏠려 있다.인터뷰-이윤열 - 부활한 소감은.▲ 프로게이머가 되고 나서 이보다 더 기뻤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우승을 하던 날 기쁨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 우승했을 때 가장 생각났던 사람은.▲ 가족들이었다. 특히 프로게이머가 된 다음부터 가장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어 주신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버지께선 살아 생전에 ‘우리 아들, 우리 아들’ 하며 자랑스러워 하셨다. 우승트로피를 아버님 영전에 바칠 수 있어 너무 기쁘다. - 앞으로의 계획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프로게이머로 성장하는 것이다. 내 이름 석자는 몰라도 내 아이디 nada를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은퇴 후에는 조금은 다른 분야에서 활동해 보고 싶다. 특히 과학쪽의 공부를 해보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있다.- 팬들에게 한마디.▲ 우승하고 나서 2패를 기록하며 불안함을 안겨줬다. 하지만 더 이상 나태하거나 자만하지 않을 것임을 맹세한다. 또 이번 슈퍼파이트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도 약속한다.인터뷰-팬택이엑스 성재명 감독 - 이윤열은 어떤 선수인가.▲ 어린 선수답지 않게 프로의식이 투철하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하는 것을 보면 대견하다. 때문에 감독으로서 일일이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선수다. 이러한 프로정신이 그를 다시 정상에 서게 한 힘이 아닌가 한다.- 고쳐야 할 점이 있다면. ▲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아 다양한 대인 관계를 쌓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감독으로서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팀내 테란 종족의 주장으로서 좀 더 리더십을 발휘해 주었으면 한다.

김명근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