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가입자 4000만명 시대가 열렸다. 지난 2002년 3월 3000만명 돌파 이후 4년 6개월만이다. 단말기 진화와 보조금 부활, 끊임없는 서비스 개발 등이 ‘1인 1 휴대폰’ 시대를 열어젖힌 원동력이 됐다. 우리 통신산업의 자랑스런 훈장이다. 그러나 5000만 시대를 기대하기 힘든 포화 상태의 정점이기도 하다. 통신업계가 신성장 동력을 찾기위한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자랑이자 위기의 4000만=4000만 가입자는 쉽게 달성 가능한 수치가 아니다. 우리나라 인구 4800만명 가운데 83%가 휴대폰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신생아 등 일부를 제외하고 전국민이 이동전화를 쓰는 셈이다. 지난 2002년 3000만명 돌파 당시엔 3200만명을 넘기 힘들 것으로 봤다. 그러나 예상을 깼다. 단순 음성 통화 수단이었다면 4000만 돌파는 힘들었을 것이다. 인터넷 플랫폼으로, 멀티미디어 단말기로, 방송 수신기로 변신을 거듭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1000만에서 2000만까지 1년 2개월, 3000만까지 2년 6개월에 돌파한 것에 비해 속도도 훨씬 느려졌다. 4000만명은 사실상 꼭지점이다. 5000만 돌파를 대하기 어렵다. 가입자 정체는 매출 정체, 산업 정체를 불러온다. 4000만은 이통산업의 돌파구가 절실함을 역설적으로 알려주는 수치일 뿐이다.
◇ 산업내·산업간 융합 비즈니스 절실=4000만 시대에 이통통신 업체의 전략은 2000만, 3000만 시대와 분명 달라야한다. SK텔레콤·KTF 등 업체들도 최근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도 이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당장 다양한 융합전략과 상품개발이 필요하다. 내년이면 휴대인터넷 와이브로와 HSDPA 등 신서비스가 본격화한다. 음성통신 매출의 한계는 이미 입증됐다. 단순 데이터 통신은 물론 멀티미디어, 방송, 미디어로써의 복합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 여전히 휴대폰은 업무 도구가 아닌 커뮤니케이션 도구에 머물렀다. 휴대폰을 갖고 걸어다니는 사무실을 구현하는 환경을 만들지 못한다면 지속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산업간 융합 시대에도 적극 대비해야 한다. 규제산업의 테두리에서 성장해왔지만 앞으로는 이 틀을 과감하게 깰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융합시대에 통신산업으로만 한정지으면 한계는 뻔하다. 통신서비스가 국가 산업 성장 동력인 만큼 과감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외 진출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 조중래 SK텔레콤 홍보실장은 “국내에서 더이상 소모적인 경쟁을 하지 말고 그간 확보한 노하우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4000만 가입자에 머물 것인지, 전세계 60억 인구를 호령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것인지 지금부터 시작인 셈이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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