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본지는 IT 부문 상장 10대 대기업과 15대 벤처기업의 월급을 파악해 기사화한 바 있다. 본지 23일자 1·15면 참조
기사는 본지 기자가 매출액 기준으로 총 25개사를 선정한 후 이들 기업이 최근 공시한 분기보고서를 파악해 작성했다. 처음 기사 기획단계에서는 매우 간단한 작업으로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http://dart.fss.or.kr)에 들어가면 각 기업의 분기보고서가 올라와 있고 여기에는 1인당 평균급여액이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단한 엑셀 작업만으로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모든 기업의 통계를 낸 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월급을 받는 업체가 여럿 나왔기 때문이다. 분명히 금감원에서 제시한 기준에 맞춰 파악했는데도 차이는 너무나 컸다. 결국은 대부분의 업체에 확인 전화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기사가 나간 후 여러 차례 전화를 받았다. 대부분 기업의 직원과 가족 그리고 이해관계인에게서 온 것으로 ‘실제로 받는 것과 너무나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상당수였다. 이는 기사에도 언급했듯이 퇴직급여충당금 등을 급여로 계산할 수 있도록 돼있어 실제로 받는 사람 시각에서는 적게 느낄 수 있으므로 이해가 갔다.
그러나 가장 의외였던 것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 홍보실에서 한 전화였다. 이 관계자는 기자에게 “수치가 잘못 나갔다”며 수정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기자는 바로 이 관계자와 다시 수치 도출에 나섰으며 결국 조사결과에 전혀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대기업 관계자가 보고서 작성 기준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오해였다.
이번 기사가 나간 후 모 언론사 기자에게서 “상당히 고생했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는 제출 보고서마다 작성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설명이었다.
사전을 찾아보니 ‘공시’는 “일정한 내용을 공개적으로 게시하여 일반에게 널리 알림, 또는 그렇게 알리는 글”로 적혀 있다.
이번 기사를 작성하고 반응을 보면서 과연 공시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하는 의문과 함께 일반인이 믿고 따라야 할 공시를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가는 자칫 낭패를 보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떨칠 수 없었다.
김준배기자·정책팀@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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