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위축 `후폭풍`이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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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업체들의 무분별하고 악의적일 정도의 특허공세는 국내 장비업체들의 대응비용 상승과 영업손실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연구개발 투자를 확연하게 위축시키고 있음이 밝혀졌다. 금전적인 타격보다 국내 산업에 더 치명적일 수 있는 위협이다.

 이번 조사에서 해외업체들의 특허공세와 국내 중소장비업체의 R&D투자는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 견제가 적었던 2003년 국내 장비업계의 매출액 대비 R&D비율은 13%를 넘어섰으나, 특허공세가 본격화된 2004년부터 그 비율은 매년 1%포인트 이상 줄어 올해에는 7%에 그칠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 선진장비업체들이 독점적 시장 구조에서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어 이의 1%만 R&D에 투자하더라도 1000억원이 넘는다. 국내 업체들은 덩치가 커봐야 매출 500억원 안팎이어서 R&D투자 위축은 국내 장비산업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업계 차원의 적절한 대응책은 물론이고 국가적 차원의 정책적 노력도 함께 수반돼야 할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해외 선진장비업체 왜 무리수 두나=해외 업체들의 무차별 특허공세는 예상밖으로 급성장하는 국내 장비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게 중론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사실은 영업손실액이 가장 급증했던 시기가 2004년이라는 점이다. 이 해의 영업손실액은 전년보다 무려 10배 이상 늘어났다. 2003년을 전후한 시기는 국내 LCD장비업계에 국산화와 수출 붐이 동시에 일었다. 특히 해외업체들의 주무대인 반도체 전공정장비의 국산화 시도가 높았던 때였다. 2003년에서 2004년으로 넘어오면서 세계 LCD장비 순위 톱 10에 국내업체가 진입하는 쾌거가 있었고 15위권에는 3개 업체나 입성했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LCD 장비의 경우 2003년 국내 장비시장 규모가 24%, 2004년 36%로 급속히 확대됐다. 이 기간 대만과 일본 시장은 오히려 줄었다.

 ◇대책은 있나=특허와 관련한 전략은 국내업체와 해외업체가 뚜렷하게 대비된다. 해외 장비업체들은 공세적 특허전략을 구사하는 반면에 국내업체들은 수세적 전략 수립에 머물고 있다. 긴 역사를 가진 해외 장비업체들이 양적으로 매우 풍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약 5000건의 관련 특허를 보유한 반면에 국내 장비업체는 기껏해야 수백건 이내다. 장비업계 한 CEO는 “공격적 특허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분야별로 거미줄처럼 촘촘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양적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국내 장비업계의 여건상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특허를 양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즉 영세한 국내 장비업계의 여건을 고려해 특허 출원 비용 등 더 실질적인 부분에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앞으로 정부와 업계의 장비개발프로젝트의 경우, 기술개발뿐 아니라 특허 등록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90년대 후반부터 추진돼온 장비 개발 기술이 체계적으로 특허 DB화돼 있었다면 최근 일련의 해외장비 공세에 더욱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특허컨소시엄 박보현 팀장은 “특허컨소시엄은 업계가 스스로 맞춤형 대응 체제를 마련해나가는 제도인만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