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정부 정보화 기능인력 정비 방안’이 청와대서 최종 확정됐다. 이로써 지루하게 끌어온 정부통합전산센터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 마무리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남모를 맘고생이 심했던 이가 바로 김경섭 정보통신부 정부통합전산센터 서비스1팀장(53)이다. 지난해 2월 정부통합전산센터추진단 발족과 함께 2년 가까이 센터 설립 준비와 이전 업무에 전력해 온 김 팀장으로서는 하드웨어의 단순 이전에만 센터의 기능이 국한됐던 것이 못내 아쉬웠을 터이다.
“지난 추석연휴 기간중 우체국 금융시스템이 성공리에 옮겨지면서 제1센터 이전은 모두 끝난 상태입니다. 총 13개월간 시스템 이전에 소요된 예산만 488억원입니다. 총 24개 부처에서 쏟아져나온 이전 대상장비는 모두 5톤 트럭 250대 분량입니다. 이전 작업에 투입된 인원도 2900여명의 공무원을 포함, 연인원 3만4000명에 달합니다. 이렇게 값비싼 비용을 치르고 옮겨놓은 장비를 단순 코로케이션(Co-Location)에 그치게 놔둔다면 이건 국가적으로 큰 낭비죠.”
청와대의 정비안 확정으로 센터의 역할이 원하는 부처에 한해 ‘소프트웨어(SW)의 통합’까지로 넓어지게 돼 천만 다행이란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초유의 프로젝트로 기록된 이번 이전작업은 작년 10월 정보통신부의 지식관리시스템(KMS)을 시작으로 1년여간 24개 기관의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 총 3500여대의 전산장비가 42회로 나뉘어 대전 제1센터로 옮겨졌다. 특히 EDI통관, 주민등록, 우체국금융 등 총 7개 시스템은 무중단 서비스 상태로 이전됐다.
그럼에도 불구, 대과없이 이전작업이 끝난 것에 대해 김 팀장은 ‘하늘이 도와서’라며 공을 돌린다. 지난 1999년 당시 정부 Y2K대책반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김 팀장은 “당시에는 2000년 1월 1일 0시를 앞두고 모두들 ‘진인사 대천명’의 자세였다”며 “이번에도 최선을 다한 후 하늘에 운명을 맞기니, 실제로 비가 오다가도 장비 이동이 시작되면 하늘이 개더라”며 웃었다.
“본격 이전을 앞두고는 팀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죠. 담당 공무원들은 물론, 사업자 역시 이같은 대규모 이전은 처음이었으니까요.” 이에 김 팀장은 팀원들과 업체 직원들을 한 조로 편성, 급류 래프팅과 도미노·서바이벌 게임 등을 함께 하게 했다. 자신감과 협동심을 키워주기 위해서였다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지난 5월 부이사관에 오른 김 팀장은 최근 고위공무원단 후보교육까지 마쳐 전산직 출신으로는 몇 안되게 고공단 입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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