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피아드 과외합니다. 지난해 국제○○올림피아드 동상을 받았고, 시급은 학년이나 대회 난이도에 따라 다르지만 8만∼12만원 정도입니다. 생각있는 분은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과학경시대회 안내사이트 BK사이언스닷넷(http://bkscience.net)의 게시판에는 과학올림피아드 출신 대학생이 아르바이트 삼아 과외를 하려고 올린 글을 적지않게 볼 수 있다.
과학올림피아드와 과학경시대회가 과학영재 육성이라는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대학 입학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면서 또다른 사교육을 조장하는 셈이다.
◇학원·과외는 필수(?)=올림피아드 및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중·고생들이 많이 몰리는 경시 전문학원 A학원의 홈페이지. 이 곳 ‘A학원이 배출한 경시 입상자’란에는 올해 국제물리올림피아드에서 입상한 한국 고교생 5명 전원의 이름이 올라있다.
화학 및 생물올림피아드 입상자 이름도 각각 3명, 1명씩 나와있다. 이 중 한 학생은 B학원 홈페이지의 지난해 국내 올림피아드 입상자란에서도 찾을 수 있다.
1년 반 정도 학원을 다녔다는 김 모군(가명·2006년 국제○○올림피아드 입상)은 “국내 대회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받으면 대학 진학시 유리하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학원을 찾는다”고 털어놓았다.
◇본질 외면한 사교육=문제는 상당수의 학원들이 과학 원리 이해 및 명제 탐구라는 교육 본질을 무시한 채 특정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한 교육에 주력한다는 데 있다.
실제로 김 모군은 “올림피아드 준비 초기에는 (대회에 나가기 위한) 기초를 잡는데 힘이 되지만 일정 단계를 넘어서면 올림피아드에서 나오는 창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국제○○올림피아드 입상자 학부모인 박 모씨(가명)도 “중학교 시절 수개월간 (자녀를) 전문학원에 보냈으나 흥미를 붙이지 못해 그만 다니게 했었다”며 “학원은 단순히 문제풀이 위주의 교육이어서 과학영재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성적 지상주의가 화근=이처럼 비뚤어진 사교육 현상은 해외에서는 전세계 청소년들의 축제 한마당으로 치러지는 과학올림피아드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성적에 연연하는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국제대회에서 입상했던 한 학생은 “해외 학생들은 마치 놀러온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며 “메달 수를 집계해 종합성적을 발표하는 나라는 한국뿐이었다”고 꼬집었다.
문정오 부산과학영재학교 영재교육진흥원장은 “국제 대회에 나갈 정도면 고급인재들인데 대회 출전 위주로 교육받다보니 오히려 잠재력과 창의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문제풀이 중심이 아니라 잠재능력을 갖추고 주어진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준·조윤아기자@전자신문, newlevel·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