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거짓말하는 것이다.”
지난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가 마련한 ‘통방융합 공청회’ 참석자들은 어이없는 경험을 했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상반된 주장 펼치기를 넘어서 얼굴을 붉혀가며 서로를 비난했기 때문.
정통부와 방송위가 실무 차원에서 합의한 IPTV 관련 내용을 정통부는 협의 없이 공개했고 방송위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방송위 측은 “OECD 국가 중 정통부가 IPTV를 규제하는 국가는 5개뿐”이라고 주장했다가 후에 “작년 자료를 잘못 알았다”고 즉석에서 철회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은 이를 ‘해프닝’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그렇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단순하게 보면 새융합기구 출범을 앞둔 기싸움, 조직 이기주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통부와 방송위의 얼굴 붉히기는 국익까지 해치고 있다.
정통부와 방송위는 한미 FTA 협상 도중에, 그것도 본격적인 빅딜을 해야 할 5차 협상을 앞두고 전자상거래 부문을 전자적 전송서비스에 포함시킬지를 두고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지난 네 차례 협상에서 한국 대표단은 적어도 이 부문 협상에서는 한 일이 없다. 정통부와 방송위가 ‘사실’을 두고 진실을 가리는 데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한미 FTA 협상보다 정통부·방송위 간 협상이 더 어렵다”고 뼈 있는 지적을 했다. 이 같은 상반된 주장의 배경에는 IPTV를 방송서비스로 분류할지 제3의 융합서비스로 분류할지의 규제 철학 차이가 있었다.
이런 와중에 미국 측 FTA협상단은 IPTV가 방송인지 통신인지의 구분에 개의치 않고 무조건 ‘개방하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부기구 내에서도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는데 한국대표단이 미국협상단에 국익을 위한 일관된 주장을 펼칠 수 있을까.
이런 사태는 결과적으로 현 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국민적 합의는 물론이고 이견조차 통일하지 못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언론에 미리 공개되면 조직에 불리할 것이라는 지레짐작과, 규제권은 한발도 양보할 수 없다는 준비 안 된 자세라면 새 융합기구 출범과 한미 FTA 체결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당장 서로 사과하고 다시 테이블에 앉으라.
U미디어팀=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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