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미래산업인 지능형 로봇은 인식 제어 구동 분야의 기술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 기술 인큐베이팅을 위해 연구소와 대학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이유다. 로봇이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진입하려면 이들의 기술 인큐베이팅 기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 등장할 혁신 기술과 히트 상품도 이곳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 전자신문은 로봇의 미래 성장산업화 주역인 연구소와 대학 현장을 찾아 이들의 경쟁력을 점검하고 로봇 강국의 길을 가늠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1)생산기술연구원 지능형로봇사업단(로봇기술본부)
올해 최고의 화제를 부른 로봇은 국내 최초의 안드로이드 로봇인 ‘에버원’과 ‘에버투-뮤즈’ 로봇 자매다. 안산 한양대 캠퍼스 한켠에 자리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 로봇기술본부는 안드로이드 로봇 자매의 고향이다. 2003년 허브-로봇센터로 설립된 로봇기술본부는 지난 2004년 산자부 지능형로봇사업단으로 선정되면서 지능형 로봇의 새로운 메카로 자리매김 해왔다.
기자가 사업단을 방문한 10월 10일경 1층 각 연구실마다 로봇 플랫폼 조립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로보월드’ 전시회에 가수로봇으로 데뷔한 에버투-뮤즈도 60여개의 모터로 구성된 속살을 뻔히 드러내고 있었다. R&D 과제 지원을 받지도 않고, 사업단 자체 예산을 짜내 기획한 에버원, 에버투 안드로이드 자매는 순전히 사업단의 밤샘 열정의 산물이었다.
사업단을 이끄는 멤버는 김홍석 단장과 ‘에버원의 아버지’ 백문홍 로봇기술본부장을 필두로 박사급 14명을 비롯한 50여명의 로봇전문가다. 사업단은 특히 최근 건강상의 문제로 단장에서 물러난 이호길 전단장에 이어 지금까지 로봇종합지원센터장을 맡아온 김홍석 신임단장을 선임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지고 있다.
사업단은 각각 로봇 핵심기술인 감각(센싱), 인식(지능), 작업(운동)으로 분류하고 이에 따라 센서 인식 연구팀 제어 기능연구팀 운동 메커니즘 연구팀으로 구성됐다. 본부내에 구성된 로봇종합지원센터는 지능로봇의 산업화를 주도하기 위한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해 상품화 지원, 사업화 지원 및 기술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업단은 첨단 제조용 로봇, 가정용 로봇, 극한작업 필드 로봇 분야의 각종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그림참조)
사업단의 주요 연구분야는 크게 △스마트 환경기술, 로봇 지능기술 등의 기반기술 분야와 △서비스 로봇, 안드로이드, 호버링 로봇 등 플랫폼 기술분야, △IT제품 생산용 초정밀 로봇, 헬스캐어 로봇 등의 상품화 기술분야로 나눠진다.
스마트 환경기술은 로봇이 활용되는 환경에서 정보를 얻고 환경의 자원을 활용해 방대한 환경인식 장치를 현저하게 간소화하는 기술이다. 일본 AIST에선 소형 초음파 센서에 의한 물체의 3차원 인식 등을 개발했고 미 버클리 대학에서는 MEMS 기술에 의해 소형화 모듈화된 스마트 먼지를 이용한 환경정보 획득 연구를 진행하는 등 각국 연구기관이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사업단은 LPU(Localization Position Unit), LSU(Localization Sensing Unit), SNG(Sensor Network Gateway) 등 PSD(Position Sensing Device)를 이용한 스마트 위치인식 센서 모듈을 개발하고 이들 센서와 로봇 내부 센서를 융합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냈다. 현재 PSD 센서의 인식영역을 직경 5m까지 확장했고 이 범위 내에서 평균 1.97㎝, 최대 8.97㎝까지 위치정밀도를 향상시켰다. 또한 RFID를 이용해 감지/통신 기능을 가지며 환경정보를 로봇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객체인 스마트 오브젝트(Smart Object)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식된 물체를 이동로봇 매니퓰레이터로 다루기 위한 오브젝트 핸들링(Object Handling) 기술도 개발중이다.
김홍석 단장은 “일단 로봇 하드웨어 개발에 집중해 4가지 대표적 플랫폼을 확보하고 본격적으로 로봇의 핵심인 운동, 인식, 지능 분야의 코어 알고리즘 개발에 집중하는 단계적인 발전 전략을 세웠다”며 “세계적 수준의 IT와 생산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제품에 주력해 일본, 미국 등의 로봇강국을 추격, 2008년 세계 로봇시장 점유율 4%와 2013년 세계 3대 지능형 로봇강국 실현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김홍석 신임 로봇사업단장
“다른 산업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수백억원대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고 여러 기반도 마련된 중요한 한 해였습니다. 이제 새로 난 길을 다지는 마음으로 체계를 확립해 가야지요.”
최근 신임 사업단장으로 임명돼 ‘로보월드’라는 큰 행사를 치른 김홍석 단장(49)은 “지금까지 전임자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어려운 작업을 해냈다면 이제는 이를 이어받아 발전을 위한 체계를 다져 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올해 정책의 최대 성과로 시장이 형성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꼽았다. 성장동력 사업 지원의 결과로 230억원의 매출이 발생했고 가정용 청소로봇의 경우 약 300억원대의 시장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킬러애플리케이션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 외에도 정부의 전담 산업팀이 생기고 여러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한 점, 분류체계 등의 인프라가 정비되고 국내 최초의 로봇 통합전시회인 로보월드2006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점이 올해 시장의 초석을 다진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로보월드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로봇 강국인 일본, 미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습니다. 로보월드에 참가한 마이크로소프트 일행은 한국이 이전에 상상하지 못했을 만큼의 역동성과 열정이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하더군요. 이런 역동성과 열정이 PC, 휴대폰, 인터넷과 같이 로봇산업도 발전시키는 힘이 될 것입니다. 80∼90년대 우수한 인재들이 로봇을 공부한 인적 자산도 우리의 주요한 경쟁력입니다.”
김 단장은 앞으로도 로봇 플랫폼의 시범사업, 성능평가, 표준화, 인증 등 상품화 단계의 사업을 추진하는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내년에는 기반조성 사업으로 이같은 역할을 구체화해갈 생각이다. 기술개발은 철저히 수요에 기반한 전략을 밟아나가겠다는 것이 김 단장의 생각이다.
◆대표 로봇
○…퍼스널 서비스로봇은 사람에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이다. 고기능 서비스 구현을 위해선 유연한 로봇플랫폼과 시각기반 제어, 전신공조, 위치인식, 매니퓰레이션 등의 기술이 필요하다. 서비스로봇 플랫폼 SPR-X1은 보행기술에 치우친 휴머노이드 대신 휴머노이드 상체와 바퀴형 이동로봇을 합친 형태로 개발됐다. 바닥이나 테이블에 놓인 물건을 옮길 수 있는 높은 자유도와 작업성이 특징이다. 자유도란 몸의 관절과 같이 꺾일 수 있는 부분을 말하는데 SPR은 6자유도와 3자유도의 양팔, 손가락을 비롯해 총 27 자유도를 가지고 있다. 실내에서 장애물을 피해 이동하며 바닥이나 테이블 위의 작업을 돕는 로봇으로 상용화될 수 있는 인간친화적 로봇이다.
○…안드로이드는 외형과 행동이 인간을 닮은 로봇. 일본 코코로의 액트로이드, 미국 IS로보틱스의 베이비봇, NASA의 데이비드 핸슨 등이 대표적인 안드로이드다. 국내엔 안드로이드 개발이 미진했으나 지난 5월 에버원, 10월 에버투 탄생으로 한국형 안드로이드가 등장했다. 에버원은 35개의 모터로 15개의 얼굴 표정을 짓는다. 에버투는 두배 가량 많은 60여개의 모터로 표정과 동작을 한층 더 자연스럽게 했고 6개의 성격을 갖는 성격엔진도 갖췄다.
○…호버링은 정지비행을 뜻하는 항공용어다. 호버링 로봇은 실내외 공간을 자율비행하면서 감시나 정찰 업무에 쓰일 수 있는 소형 무인비행로봇이다. 산불감지나 시설감시, 농약살포나 군사용으로 각국이 다양한 형태의 호버링 로봇을 개발중이다. 로봇기술본부는 2005년 직경 60㎝, 무게 2.6㎏, 최대추력 4.2㎏의 호버링 로봇을 개발하고 올해는 이를 보완해 직경 53㎝, 무게 754g, 최대추력 1920g의 동축반전형 호버링 로봇을 개발해 공개했다.
○…족형 견마로봇은 네 다리로 평지와 야지를 이동하며 운반, 정찰, 탐지 임무를 수행하는 군견 크기의 다목적 보행로봇 플랫폼이다.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리틀 도그’와 일본 전기통신대학의 테켄(Tekken) 시리즈가 유명하다. 로봇기술본부는 로템, 포항지능로봇연구소, 성균관대학교 등과 공동으로 오는 2012년까지 민군겸용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야지에서 초당 1.5m의 속도로 이동하는 다족형 견마로봇 플랫폼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정부 투자 및 민간 매치 투자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