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에 한번 불황과 호황이 교차해 ‘올림픽사이클’ ‘월드컵사이클’로도 불리는 ‘실리콘사이클’에 변화가 일고 있다.
PC수요에 민감하게 작용하는 D램의 호·불황 주기 변화, 플래시메모리의 주력제품화 등으로 반도체경기가 급격한 업 다운이 없는 선형(線形) 성장 패턴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D램 중심 시장을 형성했던 PC붐·Y2K·IT버블 등의 시기에는) 반도체 경기에 월드컵사이클 등이 적용됐으나 우연히도 플래시메모리를 앞세운 메모리신성장이론이 발표된 2000년대 초에 사라졌다”며 “모바일·가전·게임기 등 애플리케이션군이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와 맞물려 메모리 시장은 성장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사이클의 실종=PC 업그레이드 주기를 바탕으로 한 D램 사이클상 지난해로 예상됐던 불황 곡선은 올해도 실종되면서 완전히 소멸됐다. 삼성전자 내부 전망에 따르면 올해로 6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승 패턴은 적어도 2008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플래시메모리는 95년부터 시장이 형성돼 2001년 116억달러까지 완만히 성장하다가 올해 224억달러, 2008년에는 323억달러로 올라서는 성장곡선을 그리며 과거 전통적 실리콘사이클의 변화를 주도할 전망이다.
◇반도체 B2B에서 B2C 아이템으로 승화=전형적인 실리콘사이클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배경은 애플리케이션군의 다양화에 있다. 과거 실리콘사이클은 PC용 메모리 수요 의존도에 따른 현상이었으나 최근에는 모바일기기 시장 급성장을 배경으로 확대되고 있는 플래시메모리와 모바일D램 등도 반도체 경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플래시메모리는 과거의 전형적 B2B 아이템인 반도체를 B2C 영역으로 끌어내면서 실리콘사이클 실종의 대표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박사는 “실리콘사이클은 경기영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B2B가 기본 유통구조지만 최근 메모리카드·USB메모리 등을 중심으로 B2C 시장을 형성해 가고 있다”며 “이 때문에 플래시메모리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반도체 경기는 큰 호황도 큰 불황도 없는 구조로 정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후식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낸드플래시는 점차 다양한 수요제품을 확보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긴 그림으로 볼 때 그 규모가 확대돼 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급 구조에도 변화= 반도체사이클이 과거와 같은 깊은 골짜기를 형성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공급 구조의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 200㎜ 웨이퍼 시대까지만 해도 반도체 팹 건설비용은 1조5000억원 정도였으나 300㎜ 팹부터는 3조∼4조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일부 메이저업체를 제외하고는 신규투자에 어려움이 있어 반도체 호황기에도 과거와 같은 ‘묻지마 투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
우의제 하이닉스 사장은 “메모리는 팹 건설비용의 증가·기술전환의 어려움 등으로 공급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호황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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