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 e비즈니스 10년의 성과 평가와 향후 전망
-일시 및 장소 : 2006년 10월 2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포시시아룸
-사회 : 곽수일 서울대학교 교수
-참석자 : 이재훈 산업자원부 차관보, 한영수 한국전자거래진흥원장, 김동훈 한국전자거래협회 부회장, 팽정국 현대자동차 부사장, 김대훈 LG CNS 부사장, 임춘성 연세대학교 교수
e비즈니스 도입 10년, 성과도 많았지만 한계와 오류도 있었다. 그러나 성과를 주장하든 문제점을 지적하든 e비즈니스에 대한 한가지 공감대는 분명하다. e비즈니스는 미래 10년에도 기업 경쟁력의 화두며 중단돼서도, 중단될 수도 없는 기업 혁신의 키워드라는 점이다. 본지는 26일 시작되는 ‘대한민국 e비즈니스 주간 2006’을 맞아 지난 23일 정부·업계·학계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e비즈니스 10년을 되돌아보고 향후 정책 방향과 과제를 조망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사회(곽수일 서울대 교수)=오늘 좌담회는 지난 10년간 e비즈니스 회고를 통해 성과와 향후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먼저 그동안의 e비즈니스 발자취와 성과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린다.
△김동훈(전자거래협회 부회장)=협회가 96년 1월 설립됐으니 벌써 10년이 넘었다. EC/CALS협회로 출발해 B2B 민간기업의 요구와 정부 정책간 교량역할을 해왔지만 시행착오도 많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성실히 e비즈를 도입했던 기업은 많은 성과를 봤다는 것이다. 최근 50개 기업을 표본으로 산자부의 e비즈 지원정책 활용현황을 조사한 결과 조달 및 판매·배송 부문에 이용했다는 중소기업이 75%를 차지했다. 이를 통해 비용절감 효과를 보았다는 기업은 23%, 마인드확산 18%, 수익증가 18%, 신규사업 개척 18%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 지원 이후 기업 스스로 추가 투자한 비율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팽정국(현대자동차 부사장)=기업들은 2000년부터 e비즈 도입을 본격화한 것 같다. 성패는 철저히 비즈니스 모델에 의해 갈렸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사이버상에서 B2C로 자동차를 팔려고 했던 시도는 실패했다. 사이버상의 고객 관점보다 차를 좀 더 팔겠다는 이해가 앞섰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산자부에서 지원한 B2B는 내부적으로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현대와 기아차의 통합 구매규모가 40조원에 이르며 해외공장에까지 이를 확산하고 있다. 거품이 있었다고 하지만 e비즈가 자동차 산업의 디지털화에는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
△이재훈(산업자원부 차관보)=지난해 전자상거래 규모가 360조원으로 5년 전보다 3배나 늘었고 B2C만 해도 10조원 규모를 형성했으니 양적인 성장은 어느 정도 이뤘다. e러닝·e헬스·콘텐츠 등 파생시장도 더불어 커졌다. 지난 5월 산업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전산업에 걸쳐 전자상거래를 채택한 기업은 생산성이 높아진 것으로 나왔다. 재미있는 것은 전기·가스·수도업, 건설업의 생산성 향상 효과가 가장 컸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염두에 둬야 할 점이 있다. 선진국에 비해 IT를 경영전략으로 파악하고 기업 간 협업하는 문화가 취약하다. 또 대·중소기업 간 e비즈니스 격차를 줄이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우리나라 학계에서는 개인은 IT를 잘 활용하는데 기업은 뒤지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기업의 e비즈 활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임춘성(연세대학교 교수)=e비즈니스가 지난 10년 동안 화두가 된 것은 CALS라는 국제표준이 있었고 인터넷 기반의 사용환경이 확산됐으며 글로벌 스탠더드가 진전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제 2단계의 새로운 현상을 찾아야 한다. 2002년 OECD 기업정책 리포트에서는 ‘한국의 눈부신 IT발전에도 불구하고 기업으로 체화되지 못하는 것은 IT제조산업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이네이블러(enabler)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핵심 공급자의 역량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IT서비스 산업이 제대로 육성되지 못했으며 파트너로 인식되기보다는 ‘을’의 처지로 전락한 것이 안타깝다. 몇년 전만 해도 컴퓨터·SW 등의 분야가 최고 인기를 끌었으나 이제 학생들조차도 외면하고 있다.
△김대훈(LG CNS 부사장)=e비즈에 대한 전 세계적인 기대가 너무 컸다. 모든 산업, 모든 프로세스를 e비즈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지나쳤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거품의 단계는 어느 정도 지나갔지 않나 싶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어떤 것들이 살고, 죽느냐는 철저하게 비즈니스 밸류와 경제논리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이론적으로 그럴듯해 보이는 e마켓플레이스는 대부분 사라졌고 현대자동차와 같이 핵심기업을 중심으로 한 연관성 있는 e비즈니스는 성공했다. 무엇을 e비즈화해야 하는지를 냉철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팽정국=미국 빅3 자동차 회사가 부품 공동구매를 위해 뭉쳤지만 결국 실패했다. 생산자재가 자동차 원가의 65%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같은 값으로 구매하는 것은 기업간 경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은 핵심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e비즈에 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
△사회=최근 u비즈니스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등 e비즈니스 진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기업들이 정부에 갖는 불만도 있을 것이다. e비즈니스의 현재 문제점과 개선 방향은 무엇인가.
△한영수(전자거래진흥원장)=u비즈 얘기가 나오지만 e비즈도 아직 해야할 과제가 많다. 해외기관이 발표한 e비즈니스 준비도에서 우리나라는 18위에 불과하다. 또 내놓을 만한 글로벌 기업이 없다. 정책개발이 수요자의 요구를 파악하기보다는 공급자 위주로 이뤄졌고 기업들도 개별기업, 개별그룹을 넘어서 협력하는 데는 미흡했다. 또 과거 e비즈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높았으나 지금은 예산도 줄고 정부 의지가 많이 떨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e비즈니스는 산업정책 측면에서 유망유치산업의 범주에 해당한다. 필요하다면 정부 주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개별기업이 할 수 없는 e비즈 격차해소, 인프라 확대, 기업의 상호운용성을 위한 부문에 정부 지원이 요구된다.
△임춘성=최근 미국의 경우 기업개혁법, 금융권 바젤II 등 새로운 제도가 나오는데 여기서는 결과만이 아닌 과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IT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기업은 e비즈를 체질개선 수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 산업경쟁력과 기업경쟁력 관점에서 현재는 지나치게 거시적인 경제관점에서 기업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이제 바텀업으로 내부 업무를 들여다보는 측면이 필요하다.
△김동훈=5년간 중소기업에 대해 조사를 해왔는데 인식이 높아지면서 동시에 정부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30∼40%는 아주 수준이 높다. 정부가 3만개 ERP, 상거래 300조원 등 양적 확대에 너무 집중해 성공모델의 연계확산이 미흡했다는 평가다. 선택과 집중전략을 통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부분을 집중 발굴하고 이를 통해 중소기업들의 동기가 유발돼야 한다. 정부의 확고한 정책 리더십을 원하고 있다.
△이재훈=투자 요구사항은 많은데 재원이 한정돼 있을 때는 e비즈 격차 해소과 같은 시장시스템을 보완하는 부분에 정부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B2B 시범사업을 했지만 내놓을 만한 사례가 없는데 그렇다고 한없이 끌고갈 수는 없다. 조선산업이 정부가 개입해서 1등을 한 것은 아니다. ERP 사업으로 중소기업 e비즈 마인드를 높인 것은 그 나름대로 성과라고 본다.
△사회=최근 디지털 융합, 산업의 디지털화 등은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화두가 되고 있다. 산자부가 얼마전 전자상거래과를 디지털전략팀으로 바꾼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e비즈니스의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한 정부의 방침을 말해달라.
△이재훈=2000년 이후 5년 동안 e비즈 수업료를 냈다고 본다. IT가 주가되고 오프라인이 객이 되어 따라가는 형국이었으나 이제 플레이어와 인에이블러의 개념도 정립됐다. 가입자 수가 아니라 누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느냐가 중요해졌다. 배너광고가 별 것 아니라는 걸 누구나 알게 됐다. 오프라인 경쟁력없이 IT 경쟁력만으로 안 된다는 것도 학습했다. 이제 2단계 국면으로 나아가야 한다. e비즈하는 기업의 글로벌화를 중점 추진할 것이다. 그동안 콘텐츠·SW를 중심으로 미국 진출 등을 시도했는데 앞으로 정보통신부와 협력해 e비즈 이네이블러도 글로벌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 또 IT애플리케이션 활용도를 높여 산업의 디지털화에 주력하겠다. 그리고 디지털 기술 융합을 통한 신산업 창출에 애쓰겠다. 이를 위해 퓨전테크놀로지 개발에 연구개발 투자를 해야 한다.
△한영수=진흥원도 변신 중이다. 기존 사업의 업그레이드와 공인전자문서보관소 등 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동안 정책기능이 상당히 약해 빨리 뛰어가는 업계를 따라잡지 못했다. 이를 강화하겠다. 산업디지털화를 위한 싱크탱크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사회=얼마 전 미국에 갔는데 이제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가격이 더 싸졌다. 우리나라 역시 비슷하게 가고 있다. 이제 가격 메리트로 온라인 비즈니스를 사고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어떻게 경쟁력을 갖추느냐가 e비즈의 새로운 화두가 됐다. 장시간 좋은 의견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하다.
정리=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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