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하물며 하루게 다르게 변화하는 IT분야에서 10년은 강산이 몇번이나 변하고도 남을 긴 시간이다. 올해 10년째를 맞는 e비즈니스 분야도 새로운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지난 10년동안 중소기업 정보화, 전자상거래, 표준화 등 외형적이고 개별적인 사안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생산성 향상, 프로세스 혁신, 글로벌화, 협업 등 보다 종합적이고 심화된 방향설정이 필요한 때다. 26일부터 시작되는 e비즈니스 주간 2006을 맞아 e비즈니스 분야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키워드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주>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사장은 방한 기간 내내 우리나라의 ‘혁신’에 대해 칭찬을 멈추지 않았다. “한국은 디지털 혁신 주도국가”라는 찬사에서부터 유비쿼터스 아파트에 대해서는 아예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혁신 사례라고 추켜올렸다.
스티브 발머의 말대로 대한민국은 지금 혁신 중이다. 정부조직부터 각종 사업에 이르기까지 그 동안의 온갖 관행들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개선되고 있다. 혁신은 사람이 바뀌고, 관행이 바뀌고, 프로세스가 바뀌고, 혁신적인 문화가 형성돼야 가능한 일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80%의 도구는 바로 디지털이다. 디지털 혁신은 모든 업무, 모든 조직, 모든 프로젝트를 IT를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탈바꿈하도록 만들어준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혁신과제만 봐도 알 수 있다. △인적DB와 인적자료검색시스템을 통한 인사혁신 △복식부기시스템과 디지털예산회계제도를 통한 재정 혁신 △BPM(Business Process Management)을 통한 업무방식 혁신 등 어느 것 하나도 디지털을 활용하지 않은 것이 없다. 정교하게 디지털화 할수록 혁신의 도입성과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처럼 디지털혁신은 e비즈니스는 물론 국가 미래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키워드다. 산업자원부 디지털전략팀 정동희팀장은 “지난해 OECD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본, 노동 등 요소 투입보다는 R&D와 혁신 등 총요소의 생산성 증대가 경제 성장의 5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며 “디지털 혁신의 중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부각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의 혁신노력은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핀란드는 지난 여름 혁신 어젠다로 촘촘히 구성된 ‘국가혁신전략’을 채택하고 △혁신 시스템 및 혁신역량 강화 △연구의 질적 향상 및 집중화 등 다양한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미국도 최근 국립과학재단(NSF)을 통해 2010년까지 매년 10억달러 규모의 예산으로 사이버 인프라를 구축해 미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는 비전을 내놓는 등 디지털 전략은 세계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디지털 혁신은 앞서가는 디지털 인프라에 내용이 따라가지 못하는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기업 부문에서는 일부 대기업만 혼자 앞서 나가고 있을 뿐 이 경험이 중소기업에 전수되거나 전체 산업영역으로 확대되지 못하는 등 상당히 취약한 실정이다. 산자부가 올해부터 IT혁신네트워크 등의 유관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디지털 혁신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국내 모 기관에서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비즈니스 이슈에 대해 IT자원이 충분히 지원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불과 2%의 기업만이 ‘그렇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노규성 디지털정책학회장(선문대 교수)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비즈니스 이슈를 IT시스템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기업들은 이제 디지털 기술을 단순히 업무보조 도구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전략을 이끌어가는 지표로 삼아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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