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임베디드소프트웨어(SW) 산업은 높은 성장성에도 불구하고 매우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임베디드SW 최대 수요처인 대기업이 60% 이상을 자체 개발하는데다 그 나머지마저도 라이선스·로열티를 주고 구매하기보다 외주용역으로 조달해 전문기업들의 설자리가 좁다.
임베디드SW산업협의회가 국내 313개 관련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임베디드 SW 전체 시장 규모는 8조1000억원에 이르렀지만 이 가운데 라이선스·로열티 비중은 2.1%(1700억원)에 그쳤다. 그나마도 외산 제품이 85.8%를 차지해 국산 제품은 거의 라이선스와 로열티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인하우스 비중은 무려 87.4%(7조800억원)를 차지했고 국내 대다수 전문기업이 몰려 있는 외주용역이 10.5%(85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임베디드SW의 최대 수요처인 대기업이 원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라이선스·로열티 비중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일과성 외주용역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국내 임베디드SW 전문기업의 수익 악화를 초래해 결국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기 쉽다는 분석이다. 김기철 임베디드SW산업협의회 국장은 “인하우스와 외주용역 비중이 높을수록 글로벌 임베디드SW 기업이 나올 확률은 줄어든다”며 “임베디드SW 시장을 라이선스·로열티 중심으로 재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선스·로열티 시장으로 재편하기 위해서는 국산 임베디드SW 품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베디드SW 업체들은 ‘SW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제품의 신뢰성은 레퍼런스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국내 업체도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글로벌 레퍼런스를 보유하면 로열티를 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임베디드SW 업계는 산업의 특성상 칩과 임베디드SW, 세트업체의 유기적인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김윤수 네오엠텔 사장은 “국내에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임베디드SW가 있지만 수요처가 옥석을 가리는 눈이 부족해 이를 사장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수요처와 협력해 성공사례를 창출해 인식 전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수요처와 임베디드SW 업계 간 거리를 얼마나 좁히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임베디드SW 산업의 경쟁력이 좌우될 전망이다.
선택과 집중과 함께 블루오션 개척도 요구된다. 김현철 MDS테크놀로지 사장은 “국산화 비중이 낮다고 모든 것을 국산화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며 “모바일 등 우리나라 기업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임베디드SW연구단장은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와이브로·디지털미디어방송(DMB)·로봇 등은 임베디드SW 산업의 블루오션”이라며 “이 같은 새로운 시장에서 국산 임베디드SW가 표준을 선점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 문제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지난해 국내 SW업체 300여개를 대상으로 인력현황을 조사한 결과 임베디드SW 인력은 고작 0.7%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베디드SW 전체 인력의 80% 이상이 직원 30명 미만인 중소기업에 다녀 이직 확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와 관련, 임베디드SW 산업 활성화를 위해 오는 2010년까지 총 2300억원을 투입, 매출 1000억원대의 중견 임베디드SW 기업 3개를 육성하고 400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임베디드SW 개발 형태별 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