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게임업체 중 하나인 엠게임이 최근 손승철 창업주 직접 경영체제로 전격 전환,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2004년 평범한 게임업체로 전락하던 엠게임을 정상권 업체로 되돌려놓은 박영수 전 사장의 임기가 1년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돌연 물러난 때문이다.
앞으로 IPO(상장), 해외 사업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산적해있는 데다 전문 경영인 체제가 나름대로 성공적이라는 평가 속에서 엠게임이 갑자기 손승철 회장 ‘친정 체제’로 전환한 근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손 회장은 사실 엠게임의 창업주이자 부동의 최대 주주이지만, 지난 2년여동안 ‘해외사업 부문장’에 비유될 정도로 해외쪽에 주로 전력투구해 왔다. 2004년 대표 이사를 박영수 전 사장에게 맡기고 자신은 일본법인(엠게임재팬)을 비롯해 해외 시장 공략에 정력을 쏟아부은 것. 1년중 3분의 2 가량을 해외에서 보냈을 정도다.
대신 국내는 ‘박영수-권이형’ 체제가 자리를 잡아 이같은 전문 경영 시스템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손 회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엠게임은 ‘열혈강호-영웅-귀혼’으로 이어지는 ‘대박 트리오’를 창조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위즈게이트로 출발, 한때 게임시장을 좌지우지했던 옛 명성도 상당히 회복했다. 이런 상황에서 손 회장이 굳이 박영수사장을 밀어내며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 예정된 수순일까, 돌연 결정된 일일까.일단 손 회장 친정 체제 출범은 그동안 손 회장이 주력해온 해외 사업이 2년여간 공을 들인 끝에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진입, 이제부터 국내 사업을 본격적으로 챙기기 위한 포석으로 이해된다.
‘열혈강호’ ‘영웅’ 등 주력 작품에 대한 해외 서비스 체제가 탄탄히 자리를 잡음에 따라 앞으로는 국내 부문과 해외 사업부문을 아우르는 글로벌 경영 전략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엠게임측도 이번 체제 개편과 관련, “앞으로 손 회장은 한국 본사는 물론 엠게임재팬, 엠게임USA 등 해외 법인을 포함한 해외 사업과 2007년 이후 시장을 겨냥한 신규 프로젝트를 총괄하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회장의 국내 복귀로 그가 각별하게 관심을 갖고 공들인 일본법인은 과거 e삼성 출신의 C사장 체제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IPO를 앞두고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엠게임은 올초부터 코스닥·나스닥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한 IPO를 추진해왔으나 순이익 등 실적이 기대치에 밑돌아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손 회장이 보다 적극적으로 IPO를 진두지휘할 필요가 생겼다는 것. 넥슨이 IPO를 앞두고 김정주사장이 11년만에 대표이사로 복귀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얘기이다.
그런가하면 ‘홀릭’ ‘풍림화산’ 등 자체 개발 프로젝트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게임 개발자 출신인 손 회장 체제가 보다 효율적이란 판단이 섰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현재 엠게임 매출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대박 트리오와 달리 ‘풍림화산’ 등 차기작들은 순수한 엠게임 내부 개발작이다.
결국 엠게임 강세를 보이고 있는 무협을 비롯해 MMORPG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손 회장이 직접 개발은 물론 마케팅 전략과 전술을 관장할 필요가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엠게임의 이번 경영진 개편이 KRG소프트, 노아시스템 등 핵심 산하 개발사와의 미묘한 역학관계 변화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 ‘열혈강호’ 개발 주역인 박지훈 KRG소프트 사장이 최근 독립했으며, 미국시장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는 ‘나이트온라인’ 개발사 노아시스템이 KRG 핵심 맴버들을 규합해 ‘구름엔터테인먼트’란 퍼블리셔를 창업, 사실상 엠게임과 결별한 상황이다. KRG는 엠게임이 이네트로부터 지분을 대량 인수, 자회사로 편입한 회사로 현재 엠게임의 최고 효자인 ‘열혈강호’ 개발사이다.
엠게임은 현재 주요 산하 개발사와 지분 관계로 얽혀있고, 이들이 개발한 게임이 아직도 만만찮은 수익을 내고 있는 히트작이란 점에서 이들 업체와의 관계가 악화된다고 해서 당장에 영향을 받을 일은 없다. 문제는 차기작 라인업. 끊임없이 신작을 론칭해야하는 게임포털 운용사 입장에서 핵심 개발사, 특히 스타급 개발자의 이탈은 분명 적지않은 손실이다.
결국 이같은 난국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손회장이 창업 동기이자 동문(중앙대)인 권이형사장과 공동 대표체제를 구축, 일종의 불을 끄기 위한 ‘소방수’로 경영 일선에 전격 투입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업계 한 마케팅 담당자는 “엠게임의 또 다른 협력 개발사인 A사 역시 최근 코스닥기업의 M&A설이 흘러나오는 등 엠게임과 산하 개발사들과의 역학 관계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전했다.손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 배경이 어디에 있든 엠게임의 이번 경영진 개편의 성공 여부는 ‘풍림화산’ 등 차기작의 성패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만약 이들 신작이 시장 진입에 실패한다면, 엠게임은 앞으로 경영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열혈강호’ ‘영웅’ 등 현재 대박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주력 작품들이 이미 정점을 찍은 상황에서 차기작마저 흥행이 부진하다면 실적 악화와 함께 IPO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만약 자체 개발한 차기작들이 대박의 전통을 이어간다면, 개발사들의 이탈 여부에 상관없이 더욱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구축, 다시한번 도약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무리 자회사나 계열사라해도 퍼블리싱을 하는 게임과 자체 개발한 작품과의 수익성은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 넥슨 등 메이저업체들이 주력 개발사를 흡수합병, 수익성을 높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불신이 팽배한 현 국내 게임 시장 구조에서 퍼블리셔들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게임 수급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결국 자체 개발력을 극대화하거나 협력 개발사들과의 보다 돈독한 윈윈모델을 만드는 것뿐”이라며 “이런점에서 엠게임의 새로운 ‘손-권 투톱 체제’가 향후 어떠한 행보를 보여줄 지 사뭇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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