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공부하는 변호사와 휴대인터넷

 며칠 전에 광주에 내려갔다. 그곳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가는 길에 귀중한 경험을 했다. 같이 참석할 모 변호사와 함께 서울에서 출발했는데, 달리는 차 속에서 발표문을 정리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그의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더욱 감동적인 것은 노트북PC를 활용하는 장면이었다.

 이제 비행기나 차 안에서 노트북PC를 켜고 공부나 일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인데 그가 노트북PC를 켜고 USB 포트에 조그마한 장치를 꽂고 달리는 차에서 인터넷을 하는 모습은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었다. 인터넷 속도도 제법 빨랐다.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세미나에서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찾고 중간 중간 e메일을 받아 급한 용무를 처리하는 모습은, 휴대인터넷서비스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있는 전문가의 모습 바로 그것으로, 휴대인터넷 홍보에 가장 적절하고 이상적인 장면이었다.

 차 속에서 휴대인터넷으로 공부와 업무를 처리하는 변호사를 바라보면서, 변호사와 교수의 보수는 얼마나 다를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흔히 국립대학 교수는 자녀 교육도 제대로 하기 어려울 정도의 박봉에 시달린다고 푸념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법대 교수는 동기생 가운데 변호사 친구와 자신의 보수를 비교하면서 쓴웃음을 짓기도 한다. 그러나 휴대인터넷과 같은 첨단기술을 구입해 열심히 공부하고 시간을 쪼개 일하는 변호사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몇 배 더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술과법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나에게 가장 충격적인 것은 무엇보다도 그 변호사가 나보다도 ‘기술과 법’의 상호관계를 더 잘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기술과 법이라고 하는 것은 공학과 법학이 상호 협력하고 종합적인 연구를 해 나가야 기술집약적 산업과 사회·경제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하는 학제 간 연구방법론이다. 법조인이 기술을 잘 이해해야 비로소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법 해석과 운용이 가능하고, 첨단기술을 개발한 발명인이나 기업도 관련 시장과 법률의 기초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자신의 기술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3월에 서울대학교 기술과법센터를 설립한 이래 기술에 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새로 나온 컴퓨터와 새로 나온 휴대폰은 모두 구입해서 사용해 보곤 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PDA폰을 사용하면서 그 기술의 장점과 단점을 ‘감상’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었고 휴대인터넷을 직접 경험해 본 적은 없었다.

 사실 기술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도 우수해야 하지만 유·무상 보급이 이루어져 되도록 많은 소비자가 사용하고 더욱 커다란 네트워크 효과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휴대인터넷과 같이 지구상에서 처음으로 개발·상용화된 첨단기술은 국내 시장에서 널리 활용되고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따라서 법조인이 솔선수범해서 널리 휴대인터넷을 구입하면 국내 휴대인터넷 기술이 발전해 세계무대로 진출할 수 있고, 관련 시장이 발전하면 그에 따르는 이해관계의 충돌과 분쟁을 해결할 법률의 변화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법조인이 휴대인터넷을 구입해 널리 활용할수록 통신산업이 발전하고 관련 법률서비스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 과거 통신산업 분야에서는 국회의원과 행정부 공무원을 상대로 한 로비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 왔지만, 이제는 법조인을 통한 논리전개와 설득으로 이를 해결해 나가기 시작했다. 기술이 발전하면 새로운 시장이 생기거나 변하고, 시장이 발전하면 법률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현실이다.

 법조인들이여, 술값 아껴 휴대인터넷을 구입해 국부증가에 기여합시다. 법조인들이여, 휴대인터넷으로 무장해 법률의 발전을 이끌어 갑시다.

◇정상조 서울대 기술과법센터장 sjjong@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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