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4G 기술패권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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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1980년대 초 전화 가입신청을 해도 몇 년을 기다려야 했다. 국산 전전자교환기 TDX를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TDX 개발로 전화 적체가 해소되고 자체 통신장비기술력이 확보됐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기술은 진화한다. 통신 전문가들이 종합정보통신망(ISDN)이 기존의 모든 망을 대체할 것으로 보고 표준화를 통한 기술개발을 시작했지만 상용화 시점에서 정보처리량 부족으로 다시 광대역 종합정보통신망(B-ISDN)을 제창했다. 결국 ISDN은 제자리를 잡지 못한 채 시장에서 퇴출위기를 맞았고 이때 등장한 기술이 비대칭 디지털가입자방식(ADSL)이다.

 사실 우리나라가 통신강국이 된 것은 통신사업자 간 ADSL·VDSL 보급 경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가입자들의 초고속통신에 대한 욕구는 계속돼 지금은 155Mbps의 FTTH(Fiber To The Home)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보면 결국 광대역통합통신망(BcN)으로 갈 것으로 판단된다.

 이동통신 분야를 보면 우리나라는 CDMA와 TDX 교환 기능을 합한 2세대 CDMA 디지털이동통신시스템이 개발, 보급되면서 이동전화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이동통신에도 전화의 욕구와 초고속 데이터 전송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래서 미래의 이동통신은 전 세계가 같은 주파수, 같은 무선통신 방식을 사용해 국가 간 로밍과 같은 불편을 없애자는 FPLMTS(Future Public Land Mobile Telephone System) 방안이 제창됐고, ITU가 표준화를 시도한 것이 3세대 이동통신(IMT2000)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IMT2000은 표준화 과정에서 각 국의 이해관계가 상충돼 표준이 무려 5개나 채택됐다. 육상망에서는 우리나라와 유럽·일본이 참여한 비동기식(WCDMA), 우리나라와 미국이 주도한 동기식(SS-CDMA), 중국·독일이 TDMA와 CDMA 기술을 결합한 방식(TD-S CDMA) 3종이 개발됐는데 국내에서는 동기식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3세대는 WCDMA 방식이 대세고 이제 유럽·일본의 가입자들부터 이동이 시작되고 있다.

 장비 분야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2세대 CDMA 장비사업에서 비교적 좋은 실적을 보인 반면에 3세대 WCDMA 장비사업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4세대가 논의되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발 빠른 움직임으로 3.5세대쯤에 해당하는 모바일 와이맥스(와이브로)를 개발했고, 국내 양대 사업자가 이를 채택해 힘을 실어줌으로써 해외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의 스프린트 넥스텔이 와이브로를 통해 4세대를 구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삼성전자가 와이브로 기반의 4세대 기술 시연에 성공하면서 와이브로는 4세대의 길목에 자리잡고 있다.

 해외 통신장비시장 개척은 과거 해당 국가의 통신망 계획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졌으나 지금은 통신장비와 여기에 서비스될 콘텐츠 공급이 주요 관건이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와이브로 장비의 해외 마케팅 애로점은 서비스 콘텐츠 부족이며 이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4세대는 직교주파수다중분할(OFDM)과 다중안테나(MIMO)·소프트웨어라디오(SDR)·오류정정(LDPC)·스마트안테나기술 등을 통해 정지시 1 , 이동시에 100Mbps의 전송속도를 구현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내년 11월 세계전파통신회의(WRC-07)에서 사용될 주파수가 정해지면 본격적인 표준화 과정을 거쳐 2012년께 상용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세대 기술에서는 현재 우리나라가 선두그룹을 유지하고 있으나 진정한 기술패권을 위해서는 아직 할 일이 너무 많다. ITU·ISO 등 국제 표준화 기구의 의장단 점유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고 국가표준개발협력기관(PSDO) 지정제도를 통한 표준화 전문가의 추가 양성도 시급하다. 기술방식에서도 OFDM뿐만 아니라 3세대 기술과의 연속선상에서 검토돼야 한다. 유무선 통합망 관련 기술 등을 검증한 기고서 제출도 필수적이다. 기술개발에서도 기업이 독자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관·산·학·연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함으로써 4세대의 기술패권이 지속되고 산업 발전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hgb@soamsy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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