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융합서비스 시장도 넘본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통신·방송분야 한·미FTA 협상 핵심 이슈

 미국이 최근 시애틀에서 끝난 3차 한·미 FTA 협상에서 이른바 ‘융합서비스’의 개방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예상된다. 융합서비스 대상에는 방송·통신·금융·건설 등이 포함돼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융합서비스’(convergence service)라는 말이 무역 또는 외교 용어로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은 그러나 융합서비스에 대한 정의와 개념에서부터 이견을 보여, 내달 제주에서 열릴 4차 협상 때 핵심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17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우리나라 FTA 협상단은 3차 협상 당시 IPTV 서비스를 포함한 방송·통신산업, 금융, 건설 등의 융합서비스를 ‘미래 유보안’에 포함시켰으나 미국 측은 이를 거부하고 개방을 요구했다.

 우리 정부가 융합서비스를 ‘미래 유보안’(현행 법률이 아닌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규제 가능)에 포함시킨 것은 이 분야가 아직 담당 기구는 물론이고 법제화조차 안 돼 있어 본격적인 서비스 출현 시 이 분야가 사실상 미국 대자본에게 무주공산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미래 유보안’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융합서비스 분야는 이번 FTA 협상에서 제외돼 언제든지 미국이 개방 요구를 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IPTV 사업자들이 한국에 직접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는 셈이다.

 미국 측은 미국 정부와 FTA를 체결한 어떤 국가에서도 ‘융합서비스’ 개념이 등장한 바 없다며 한국 정부가 정의한 ‘융합서비스’가 무엇인지 묻고 이 같은 한국 정부의 조치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융합서비스’ 분야가 내달 제주 4차 협상에서 협상 쟁점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한·미 FTA 협상단 관계자는 “IPTV·금융·건설 분야는 융합서비스이다 보니 미래 유보안에 포함하지 않으면 우선 개방 대상으로 간주될 수 있어 해당 권한을 유보하는 의미에서 포함시킨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 측은 ‘말도 안 된다’며 반발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융합서비스는 특히 콘텐츠가 강한 미국이 자신있어 하는 부분”이라며 “미국은 앞으로도 이 시장에 더욱 관심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측은 방송 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도 ‘현재 유보’(현행 법률 제한사항)로 옮길 것을 요구하는 등 한국 방송시장 진출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 측은 지상파 방송보다는 케이블TV사업자(SO)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분야에 더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또 통신서비스 관리감독권(한국은 정통부)에 대해서도 애초 ‘규제 기관의 결정이 행정부로 독립돼야 한다’고 명문화했으나 이 같은 주장은 WTO 이행사항과 배치된다고 인정, 3차 협상 과정에서 철회됐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