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만한 IP가 필요하다’
IP 지원 사업에 대해 논의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 바로 ‘쓸 만한 IP’다. IP 유통이나 데이터베이스관련 센터가 수천 개의 IP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쓸만한 IP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것은 지원 사업이 업계의 목소리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음을 방증한다. 반도체설계자산유통센터(SiPAC)와 IP 데이터베이스(IP CoS)센터 등을 통해 그동안 2000여 개의 IP가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됐지만, 실제 거래 건수는 100건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 팹리스 업체 CEO는 “그동안 IP 거래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수십억 원의 정부 자금이 사용된 것으로 알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며 “반도체설계업체 입장만을 고려한다면 차라리 해외 IP를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더 많이 열어달라고 건의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불만을 표현했다.
업계는 ‘쓸 만한 IP’에 목말라하는 이유를 IP개발 숫자에 연연하는 전시성 정책에서 찾는다. IP 활성화의 척도를 IP DB에 등록된 숫자로 가늠하려고 했던 발상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내에서는 업체가 상용화 혹은 거래를 전제로 하고 재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검증 IP가 적다보니, 데이터베이스에는 대부분 대학에서 개발한 상용화되지 않은 IP가 대부분이다.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IP와 학계에서 연구목적으로 개발한 IP는 목표와 타깃이 다르기 때문, 실질적으로 업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시스템반도체업계는 0.18㎛ 이하 미세공정을 필요로 하지만, 실제 DB에는 0.25㎛ 이상의 IP 등 산업 흐름에 맞지 않는 IP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과연 IP 활성화사업들이 상용화를 전제로 한 것이냐에 회의를 나타내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IP 관련 기관의 한 관계자는 “사실 지금 현재의 예산으로 단기간 내 IP 확보부터 검증까지 모든 것을 하려고 했던 것 자체가 무리였다” 면서 “이제 검증을 위한 업계와 기관간 협력 프로젝트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중심으로 산업을 키워가고 있는 시스템반도체산업의 한계를 인식, 상용화부문에서도 일정부분 정부가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는 업계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을 키워나가는 주축은 업계다. 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국내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업계의 특성을 감안해 IP개발에 필요한 일정 수준의 지원은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다. IP 활성화를 위한 사업도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중소기업 지원의 일환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팹리스·파운드리와의 협력을 통해 이들이 보유한 활용도 높은 IP를 상용화하거나, 업체가 필요한 IP를 정부 산하 연구기관에서 집중적으로 연구개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검증에 참여한 업체에게 세제 지원을 한다든지 하는 다양한 혜택으로 국내 IP 활용도를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꼽힌다.
이경란 KIPEX 센터장은 “IP 하나라도 쓸만한 IP, 업계가 필요로 하는 IP를 확보해야 한다” 며 “업계가 어떤 IP를 원하는 지 자체도 업무상 비밀이 될 수 있어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보호 장치를 마련해 놓는다면 업계의 구체적인 요구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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