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이례적으로 칩세트 제조사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와 제휴를 맺고 무선인터넷 플랫폼 연동 상품 수출에 나선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우선 이번 연동 상품이 국내가 아닌, 유럽통화방식(GSM) 서비스 지역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국산 무선인터넷 플랫폼·콘텐츠의 동반 수출이 기대된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이번 SK텔레콤과 TI의 제휴는 세계 무선인터넷 시장의 역학관계 측면에서 볼 때 이통사·제조사·칩세트 업체 간 연합을 가속화하는 계기도 될 전망이다.
실제 세계 무선인터넷 시장에서는 휴대폰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면서 유관 기업 간 합종연횡이 급진전되는 추세다. SK텔레콤과 TI 협력도 얼마나 많은 GSM 사업자·제조사를 우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T-PAK’이란=SK텔레콤은 이미 지난 2004년부터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하나의 상품으로 체계화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활동을 펼쳐 왔다. ‘위피’라는 명칭이 있는데도 이례적으로 ‘T-PAK’이란 독자 브랜드를 도입한 것도 자사 서비스에 적용 차원을 넘어 수출 전략 상품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T-PAK’은 휴대폰 운용체계(OS)와 무관하게 적용할 수 있는 무선인터넷 플랫폼이라는 것이 장점이다. 이식 영역에서부터 하드웨어 아키텍처에 관한 프로그램 코드(HAL),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모음, 서비스 애플리케이션까지 4계층을 하나로 통합한 플랫폼이다.
‘T-PAK’을 적용하면 문자서비스(SMS)나 멀티미디어 문자서비스(MMS)뿐만 아니라 무선인터넷, 콘텐츠 다운로드 등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특히 휴대폰 인터페이스(UI)를 이동통신사가 쉽게 변경할 수 있고 이를 응용해 데이터 푸시 형태의 대기 화면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는 등 퀄컴의 ‘브루’ 못지않은 다양한 기능을 지원한다.
◇국산 플랫폼 및 콘텐츠 동반 진출 기대=그동안 국산 플랫폼의 해외 진출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표준 플랫폼 ‘위피’ 개발 후 다각적인 수출 노력을 기울였지만 SK텔레콤이 해외에 진출하며 가져간 미국 힐리오 사례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실적이 전무하다.
그런 점에서 ‘T-PAK’이 칩세트에 내장돼 GSM 시장으로 나가면 플랫폼이 하나의 상품으로 수출되는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T-PAK’이 국내 표준인 ‘위피 2.0’을 수용한다는 점에서 이를 기반으로 개발된 국내 콘텐츠를 별다른 변환 없이 쉽게 수출할 수 있는 것도 기대효과 중의 하나다.
◇세 규합 노력이 관건=SK텔레콤과 TI 협력의 최대 과제는 세계 무선시장 내에서의 세력 규합 노력이다.
최근 휴대폰에서 OS를 비롯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무선업계의 연합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퀄컴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를 맺고 무선인터넷 플랫폼 ‘브루’와 MS의 윈도 모바일을 연동하는 작업에 나섰다. 또 노키아는 ‘심비안’을 위해, 모토로라는 리눅스 OS 확산을 위해 각각 합종연횡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비춰볼 때 SK텔레콤과 TI의 협력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한 수준. 다만 현재 자바 플랫폼을 적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GSM 사업자가 최근 플랫폼 업그레이드에 큰 관심을 보인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이동통신 사업자가 PC시장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나 퀄컴·노키아 등 특정 업체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성향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며 “개방형 플랫폼인 ‘T-PAK’의 장점을 적절히 부각시켜 세력을 규합하는 것이 최대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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