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스페셜리스트만으로는 안 됩니다. ‘스페셜라이즈드 제너럴리스트’(전문적이면서 만능선수)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황창규 삼성전자반도체총괄 사장은 지난 1일 서울대에서 이공계 학생을 위해 가진 특강에서 ‘한 분야에 몰두하면서도 주변을 두루 아는 사람만이 변화를 추종하지 않고 변화를 주도하는 창조적 인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황 사장이 최근 주창한 퓨전테크놀로지(FT:융복합기술)시대의 인재상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이날 강연은 황 사장이 지난 4월 기업인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상’을 수상하면서 받은 포상금 전액(3억원)을 이공계육성 장학기금으로 기탁한 뒤 마련됐다. 강연장에는 600∼700명의 학생이 몰려들어 시작 전부터 통로와 좌석의 구분이 사라지는 대성황을 이뤘다.
황 사장은 “삼성전자의 미국 특허 등록 순위는 2002년 세계 11위에서 올해는 4위, 내년에는 3위로 올라설 것”이라며 “특히 최근 일본 마쓰시타와의 D램 분쟁에서 승소한 것은 와이브로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는 말로 특허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황 사장은 “반도체는 보기에는 화려하지 않지만 삼성전자 이익은 바로 이 시커먼 반도체에서 나온다”며 “10년이 지나도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황 사장은 또 “올해도 ‘메모리신성장이론’(황의법칙)을 증명해 낼 수 있느냐”는 학생의 질문에 “그 이론은 계속 유효할 것이니 믿어 주고 그 걱정보다는 본인 걱정을 더 하라”라고 농담을 던진 뒤 “메모리신성장이론은 계속돼 2012년 테라비트 시대를 실현, 미국 국회도서관의 모든 정보를 손톱만 한 플래시메모리카드 하나에 넣고 다닐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황 사장은 “최근 들어 공과대, 특히 반도체가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분야로 떠올랐다는 이야기가 매우 반갑다”며 “여러분은 모두 한국의 첨단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가 돼 줄 것으로 믿는다”는 말로 이공계 학생과 산업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지금까지의 성과만도 대단한데 이제 안주하고 싶은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제 강연을 듣기 위해 와 준 학생들의 눈을 보면 그럴 수 없을 것 같다”며 “IT산업은 한국의 자부심이고 한국 반도체를 위해 초창기 눈물겨운 일을 참으면서 지금을 있게 한 선배들을 생각하면서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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