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제 공백을 줄여라’
올 1월 직원 300인 이상 사업장의 주 5일제 근무가 시작된 데 이어 7월부터는 100인 이상 사업장도 이 대상에 포함됐다. 어지간한 중소기업은 이제 모두 주 5일제를 시작한 셈이다. 주 5일제는 대다수 국민에게 한층 여유로운 삶을 가져다줬지만 절대적인 근무시간 축소로 인한 생산성 감소라는 우려도 따라왔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시장환경이 변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디지털산업 분야의 중소기업은 주 5일제의 공백을 줄일 수 있는지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됐다. 부품소재나 각종 산업전자 중소기업은 직원의 여가 생활을 보장하면서 최대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속속 마련하고 있다.
원격검침·자동인식 전문업체 누리텔레콤(대표 조송만)은 8월부터 오전 오후 90분씩 집중 근무시간을 정했다. 집중 근무시간에는 다른 부서 업무협조나 회의는 물론이고 흡연과 자리이동도 금지된다. 팀장 이상 간부 사원은 출근시간을 1시간 앞당겼다.
조명관 누리텔레콤 이사는 “업무 효율성을 높여 근무 시간 단축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주 5일제를 도입하면서 벤처기업의 효율적인 조직관리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광학부품 업체인 하이쎌(대표 송승훈)도 매일 오후 2시부터 4시를 ‘업무집중시간’으로 정했다. 이 시간에는 업무 외 개인적인 일이 모두 금지된다. 이 제도를 운용하면서 생산성은 주 5일제 실시 이전보다 오히려 10% 이상 높아졌다. 한때 적자를 냈던 실적도 올해 상반기 다시 흑자로 전환됐다. 하이쎌은 이와 함께 주 2회 6시그마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고무 부품소재 전문기업 동아화성(대표 임경식)은 올 7월 실시된 주 5일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특근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특근수당을 지급하는 대신 휴일에도 평일과 같은 집중을 할 수 있도록 생산 지도를 병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낡은 생산라인을 교체하고 교대 근무 효율화를 위한 방안도 모색중이다.
반면에 서두르지 않는 ‘만만디’ 중소기업도 있다. 교육용 계측기 업체 이디(대표 박용후)는 주 5일제 도입 이후 생산성 변화를 모니터링만 하고 있다. 이희주 경영지원본부장은 “6개월 동안은 직원들에게 아무런 제약을 두지 않기로 했다”며 “서두르지 않고 생산성 변화나 업무 효율성 등에 대한 꼼꼼한 자체 모니터링을 한 후 내년 경영계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주 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종업원 100명 이상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 36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4.2%가 ‘주 5일제로 회사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주 5일제 도입으로 우려되는 문제로는 업무 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성 저하를 지적한 의견이 61.9%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중소기업은 직원 복지 향상과 사기진작을 위해서는 주 5일제 도입이 바람직하지만 기업 경영 측면에서는 애로 사항이 많다는 의견이다. 이에 따라 더욱 적극적인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책을 기대하고 있다.
모 중소기업 사장은 “주 5일 근무에 따른 중소기업의 경영혁신 컨설팅이나 정보화·연구개발 등의 지원이 아쉽다”며 “법인세 인하나 사회보장 분담금 인하와 같은 실질적인 비용 감소 대책도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장동준·김승규기자@전자신문, djjang·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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