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D총판, 기업 시장을 공략하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HDD업계 총판 현황

 ‘기업(OEM) 시장을 공략하라.’

국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총판 업계에 떨어진 특명이다. 최근 제조사가 아닌 유통사가 직접 OEM 업체와 접촉, 제품을 판매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국내 HDD 유통 물량이 수년째 분기당 300만개 정도에 그치는 등 정체를 거듭하고 있는데다 500Gb 용량 이상 HDD, 2.5인치 미만 HDD와 같은 신제품마저도 소매시장에서 거의 소화가 안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총판은 최근 OEM 물량이 일반 유통 물량보다 더 많아지는 기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OEM 시장은 노력하기 나름=용산 전자상가 등 국내 유통시장에서 분기당 소화되는 HDD 물량은 300만개 정도다. 이 물량 대부분은 조립PC에 장착되며 일부는 개인 업그레이드용으로 사용된다. 문제는 이 수량이 수년간 정체됐다는 점이다. 실제 시게이트 등 업체가 500Gb 이상 대용량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은 160Gb 용량 제품 정도만 소화하고 있다. 시게이트 HDD 총판인 피씨디렉트 관계자는 “매달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소매시장 판매 신장률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각 총판은 지난해부터 OEM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삼성·LG·삼보 등 대형 PC업체는 제조사가 영업을 담당하고 있지만 분기당 수천개 수준인 PMP·MP3플레이어 업체는 총판에 재량권을 넘겨주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OEM 시장은 소형 IT기기 시장 급성장으로 매달 빠르게 성장해 유통 시장에 맞먹는 수량이 팔려나가고 있다. 또 삼성전자가 국내 유통 시장을 60% 이상 장악하고 있어 외산 업체 총판은 OEM 시장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히타치GST코리아 측은 “소형 OEM 시장도 분기당 300만개 정도로 무시할 수 없다”며 “특히 OEM 시장은 브랜드보다 가격과 안정성을 우선시해 영업을 잘하면 시장 점유율이 한순간에 뒤집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제품을 판로 확보 위해=OEM 시장은 신제품 판매가 가능해 총판이 선호하고 있다. 최근 추세가 소형 HDD지만 일반 소매 시장에서는 판매가 불가능해 총판은 OEM 시장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현재 모든 업체가 2.5인치 미만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일반 유통시장에서 소화되는 물량은 5% 미만이다. 1인치 HDD가 일부 DSRL 고급 카메라 저장용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플래시 메모리 공세로 수량이 점차 줄고 있다. 이 때문에 소형 HDD를 취급하고 있는 총판은 유통 시장보다 OEM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히타치GST 총판인 동백물산은 전체 공급 물량의 90% 이상을 PMP·셋톱박스 업체에 공급하고 있으려 피씨디렉트도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 납품량을 대폭 늘이고 있다.

대용량 HDD는 상태가 더욱 심각하다. 300Gb 제품이 나온 지 3년여가 흘렸고 지난해 말 500Gb까지 선보였지만 시장은 지난 2년간 80Gb에서 160Gb로 뛰었을 뿐이다. 신제품을 출시하고도 시장이 없어 판매를 못하고 있는 것. 오션테크놀로지 측은 “삼성전자 등 HDD제조사가 수익성 확보를 위해 대용량 HDD 출시를 앞당기고 있지만 유통 시장 판매는 미미하다”며 “300Gb 이상 HDD 고객 중 대부분은 DVRD업체여서 이 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업OEM 시장이 ‘블루오션’=총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OEM 고객 중요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또 수익을 중요시 하는 분위기가 정착돼 적당히 물량을 나눠먹기 하던 관행이 사라진 지 오래다. 게다가 거의 모든 총판이 OEM 영업을 하고 있는만큼 과거 별도 OEM 총판을 뒀던 관행도 사라지고 있다. 실제 웨스턴디지털 HDD 총판은 이시스 등 3개 회사 모두가 OEM 영업을 진행중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총판은 지난해부터 OEM 물량이 일반 유통 수량을 앞서는 기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아치바·이시스 등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전체 라인업에서 OEM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관련 업계에서는 일반 유통시장 성장의 한계가 있는만큼 총판들의 OEM 시장 확대 기조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영민 웨스턴디지털코리아 사장은 “최근 총판들과 가진 협력 회의 내용은 OEM 업체 공급과 가격에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라며 “특히 외산 업체는 유통 시장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판로 확보를 위해 기업 시장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