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는 기사를 종종 접한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퀄컴은 이런 기사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기업 중 하나다. CDMA 원천기술을 소유한 퀄컴에 대한 국내 여론은 결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업체는 노키아·모토로라와 같은 외국업체와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는 데 비해, 퀄컴은 CDMA 기술 하나로 다년간 로열티를 챙겼다는 것이 이러한 시각의 주된 이유다.
하지만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퀄컴 본사에서 국내 이공계 대학생을 대상으로 열렸던 ‘퀄컴 IT투어 2006’에 참가하면서 비난에 앞서 오늘날의 퀄컴이 있게 한 성공 요인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퀄컴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기술과 창의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본사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볼 수 있는 동판에 새겨진 수천개의 특허는 회사가 지향하는 방향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퀄컴에 근무하는 대다수 직원은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며, 이들에게 우수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회사의 최우선 순위였다. 창의적인 인재를 중요시하며, 면접 시 레고 블록을 가지고 미래의 휴대폰 기기를 만들어 보도록 하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퀄컴의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는 모두가 하나 될 수 있는 친근한 기업문화라고 생각한다. 독일·인도·파키스탄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직원들이 강연을 한 것은 여러 문화가 잘 융화된 회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최고경영자도 결코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은 최고경영자인 폴 제이콥스 박사와 만나 통신 기술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내용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최고경영자의 모습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학생 개개인과 악수하며 친근하게 사진을 함께 찍던 최고경영자의 모습은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기술을 중요시하는 자세와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통해 국내에도 제2의 퀄컴, 제3의 퀄컴이 탄생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것이 이번 행사에 참가한 모든 학생의 공통된 생각인 듯싶다.
◇김준연 KAIST 산업공학과 3학년 junye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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