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 새주인 찾기 `입질만 요란`

 삼보컴퓨터의 새 주인 찾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총 7개 업체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대부분 확실한 인수 의지가 있기보다는 일단 관심을 보이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거론된 업체와 수원지법·매각주간사의 견해 차이가 워낙 커 벌써 유찰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최종 입찰에는 많아야 1, 2개 컨소시엄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매각주간사인 삼정KPMG에 의향서를 제출한 업체는 총 7곳. 삼정은 마감이 끝났지만 의향이 있는 업체는 계속 접촉하겠다는 태도지만 사실상 4개 업체 정도로 압축된 상태다.

 이들 업체는 하드디스크 부품업체인 H&T, 중국 롄샹그룹 계열사인 레노버, 일본 노트북PC 제조·판매업체인 엠시제이(MCJ), 사모펀드 회사인 MBK파트너스다. 소문에는 하이얼·SK C&C·동국제강 등도 관심이 있다고 나돌았지만 의향서는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H&T를 제외하고는 확실한 인수 의지를 갖기보다는 대부분 일단 의향서를 내고 상황을 파악해 보자는 수준이다.

 레노버코리아 측은 “삼보의 글로벌 브랜드와 유통망을 일거에 확보하는 것은 레노버그룹 차원에서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매각 가격과 조건이 맞아야 한다”며 “지금은 말 그대로 검토 수준”이라고 말했다.

 MCJ와 MBK파트너스도 마찬가지 태도다. 이들 업체는 “최종 입찰 경쟁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어 면밀하게 검토해 볼 계획”이라며 “지금은 확실한 결론을 말하기가 이르다”고 밝혔다.

 협상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매각 가격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법원과 매각주간사가 자체 실사를 통해 파악한 삼보의 잠정 인수 가격은 2000억∼2500억원 수준. 하지만 관심을 보인 한 업체는 “많아야 1000억∼1500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법원은 다른 조건은 양보하더라도 매각 가격만은 실사 가격 수준을 고수한다는 방침이어서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H&T만 공개적으로 강한 인수 의지를 밝히고 있다. H&T 측은 “국내 기업이 있는데 삼보컴퓨터를 외국 기업에 매각하는 데 중점을 두는 듯한 매각주간사의 태도는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다소 형평성에 어긋나는 매각주간사의 태도가 오히려 인수 의지마저 희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정KPMG 측은 “7개 업체가 의향서를 냈지만 4개 정도가 그나마 유력 업체로 보고 있다”며 “실사를 통해 최종 후보자가 결정되기까지는 비공개가 원칙이어서 말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최종 인수 계약 전까지 실사와 같은 구체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보컴퓨터는 지난 5월 30일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고, 회사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인수의향서 접수에 따라 예비 자격을 부여받은 투자사들은 내달 말까지 실사를 한 후 9월 27일 입찰에 참여한다.

 법원과 매각주간사인 삼정KPMG 컨소시엄은 인수 조건 등을 고려해 9월 29일 우선협상자를 발표하고, 최종 협상을 벌인다.

 삼보컴퓨터는 주식을 추가 발행해 인수자가 해당 주식을 사들이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매각이 이뤄진다. 현재 삼보 최대 주주는 55.97% 지분을 소유한 산업은행이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