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possible]`2006 피파 월드컵` 8명만으로 이탈리아 제압하기

기억을 되살려보자.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1차전, 한국은 하석주의 절묘한 프리킥 선제골에 힘입어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를 1대 0으로 앞서고 있었다. 당시 하석주의 골은 한국의 월드컵 도전사에서 최초의 선제골이라는 의미가 있었을 뿐 아니라 아시아 예선을 1위로 통과하고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었던 대표팀에게 월드컵 사상 첫승이라는 숙원을 풀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첫골의 주인공이었던 하석주의 어의없는 백태클 반칙으로 인한 퇴장이라는 악재로 초반의 기세를 살리지 못한채 멕시코에게 1 대 3의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고만다.



그리고 이어진 네덜란드와의 2차전에서 충격의 0 대 5 패배. 한국은 마지막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수비수 이임생의 붕대 투혼에도 불구, 첫 승의 꿈을 이루지 못한채 1 대 1 무승부로 16강 진출을 다음 대회로 미뤄야만 했다.

팽팽한 경기에서 단 한명의 퇴장은 이처럼 승패에 직결된다. 전력이 떨어지는 팀에겐 치명적이다. 그러나, 역으로 퇴장 선수라는 핸디캡을 안고도 승리를 쟁취한다면 기쁨은 배가될 것이다. 축구게임에선 어떨까. 더욱이 상대가 독일월드컵 우승국 이탈리아라면. 그것도 한명 퇴장당한 것이 아니라, 3명이 퇴장당해 8대 11의 대결구도라면. 11대 11로 싸워도 힘겨울판에 8명으로 이탈리아의 빚장수비를 뚫을 수 있을까.다년간(?) 쌓아온 ‘피파’ 실력과 고수에게 직접 사사받은 필살기를 바탕으로 불가능할 것같은 도전에 몸을 던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우선 본격 도전에 앞서 과제에 대한 명확하면서도 냉철한 판단이 필요했다.

대한민국으로 이탈리아를 제압하는 것은 월드 클래스로 난이도를 올려도 가능한 일이었지만, 8명으로 상대한 적은 없었기에 우선 어떤 3명을 퇴장시켜야하는지부터 고민에 빠졌다. 그 다음 포메이션은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곰곰히 생각한 끝에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우선 4-3-3 의 포메이션을 선택하고 앞에 공격수 3명을 퇴장시키기로 했다. 미드필더와 수비수 대신 공격수를 퇴장시키기로 한것은 선 수비-후 역공의 전략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전략을 세우고 드디어 도전에 임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견됐다. 3명을 퇴장시키기가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실제 대전에선 심심찮게 퇴장이 나오지만, 막상 마음먹고 퇴장시키려하니 과감한 백태클을 하려해도(백태클이 가장 퇴장당핳 확률이 높다) 상대편이 너무 빨라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따로 퇴장시키는 치트키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어서, 3명 퇴장시키는 것이 도전 과제 수행보다 오히려 더 어려웠다. “이거∼머야. 퇴장시키는게 더 어렵자나. 이러다 경기시간 다 지나가겠네”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는 수 없이 2인 플레이로 시합을 재개, 한명의 움직임을 정지한 채 직접 공격수 3명을 퇴장시킬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퇴장시키는데 빨라도 5분이 걸렸다.초반 퇴장시키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로 인해 자칫 도전의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판단, 경기 시간을 10분으로 늘렸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도전. 공격수 3명을 연이어 백태클로 퇴장을 시키고 본격적인 도전이 시작됐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중앙 미드필더 김남일의 든든한 수비와 양 측면 윙플레이어 박지성과 이천수의 활약으로 경기는 의외로 대등하게 전개됐다. 하지만 얼마 후 문제가 드러나고 말았다. 공격수 3명이 퇴장을 당해 역습이 아예 불가능한 것 이었다. 제 아무리 수비에서 공을 커트해 전방으로 이어줘도 공을 받을 선수가 없는 탓이었다. 그렇게 계속 이탈리아 진영으로 공을 넘기지 못한 채 지루한 미들필드에서의 공방이 아니 방어가 이어졌다.

“이럴줄 알았으면 미드필더를 퇴장시킬 것을 그랬나? 아니지 그럼 수비에서 공격으로 어떻게 공을 넘기나? 아니면 공격, 미드필더, 수비수 한명씩 퇴장시킬 걸...” 이런 저런 생각이 교차하는 순간, 드디어 토티가 공을 잡았다. 그가 누구인가? 특유의 빠른 몸놀림을 선보이며 우리 수비수를 농락하는 토티.

그리고 이어진 단 한번의 스루패스. 토티의 발을 떠난 공은 수비수를 빠져나가 토니의 발에 닿았고, 지체없이 전광석화같은 슛으로 이어졌다. 골키퍼 이운재가 육중한(?) 몸을 날렸으나 공은 손에 닿지 못한채 골대를 그대로 통과했다. 이어진 슬로우모션과 환호하는 이탈리아 선수들…. 그렇게 점수는 순식간에 1대0으로 변했다.

공격을 하기 위해 전진수비를 한것이 실점의 원인이었다. 수비수 뒷공간을 활용한 토티의 패스에 속수무책을 당한 것이다. 그렇게 허무하게 득점을 허용한 후 별다른 공격을 하지 못한채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을 맞이했다.“아무래도 공격을 해야겠어. 중앙 미드필더 2명을 공격으로 돌려야겠군.” 후반 대역전극을 노리기위해 위치를 재조정하고, 박지성을 중앙 공격수로 이천수를 오른쪽윙으로 변경했다. 그렇게 해서 박지성과 이천수가 최전방에 나서고 김남일이 미드필드를 지키면서 역습을 노리기로 했다.

후반전에 돌입하고 상대 공격을 온몸을 던져 막아내면서 공격의 활로를 찾던 중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이탈리아의 공격을 중앙에서 김남일이 멋지게 커트해낸 것.

이어진 전방으로의 롱패스. 발빠른 이천수가 공을 잡았고 사이드라인을 따라 절묘하게 돌파해나갔다. 이미 가속도가 붙은 이천수를 막을 자는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센터링. 중앙으로 쇄도해 들어가던 박지성에 머리를 향행 정확히 날아간 공은 세계 최고의 골키퍼라는 부폰조차 막을 수 없는 지점으로 날아갔다. 골∼인. 고대하던 첫골이 터진 것이다.

작전 변경의 효과가 골로 나타나자 도전 성공에 대한 자신감으로 들뜰 수 밖에 없었다. “좋아∼이대로 가는∼거야!”

아직 남은 시간은 역전을 하기에 충분했다. 선수들의 기세도 그 어느때보다 충만했다. 하지만 너무 방심했던 탓일까? 동점골을 넣은 후 얼마지나지 않아 또 다시 상대 반격에 돌파를 허용, 추가골을 먹고 말았다. 중앙 미드필더의 수가 부족해 경기를 지배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역전골로 인해 침착함을 되찿은 기자는 다시 선수비 후역습의 작전으로 상대 골문을 계속 두드렸지만, 이탈리의 빚장수비를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2대1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하지만 대패가 아닌 나름대로 접전을 펼쳤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했다. 그 이후 포메이션을 변경하고 수비수 혹은 미드필더를 퇴장시키면서 여러가지 방법을 다 써봤으나,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프로로 난이도를 변경했을 땐 오히려 2대1로 이기는 등 조금만 더 시간과 노력이 뒤따른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미션이었다는 판단이 들었다. 기발한 전략과 환상의 컨트롤로 반드시 11대 8 미스매치로도 월드컵 우승국 이탈리아를 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본 것만으로도 이번 도전은 뜻깊은(?) 미션이었다.

<모승현기자 mozira@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