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 게임산업을 만들자]2부:국내 산업 토양을 바꾸자②국민인식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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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게임=도박’이라는 국민 인식이 게임을 저주 받은 산업의 나락으로 밀어넣고 있다. 작금의 ‘바다이야기 사태’는 관련 제도를 만들고, 시행하며 관리해야 할 정부 정책의 총체적 난맥상이 드러낸 결과물이다. 마치 게임이 ‘원죄’가 있어, 그것 자체가 사태를 만들고 확대시킨 것처럼 호도되고 있는 셈이다.

 급기야 지난 24일에는 청와대까지 나서서 “이런 사태를 만들려고 게임산업 육성을 외쳐왔겠느냐”고 밝히며 이번 사태와 게임산업 사이에 분명한 선을 긋기도 했다.

 ‘바다이야기’는 게임이 아니라 일종의 도박 시스템이다. ‘슬롯머신’을 플레이스테이션(PS)이나 X박스 같은 게임기라고 부르지 않듯 바다이야기 자체를 게임과 등치시키는 산업 분류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 메이저 게임업체 대표는 “10년을 게임 개발과 서비스에 주력하면서 이제는 전체 매출의 5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지만, 여론이 ‘바다이야기’와 우리를 동급으로 보는 것에 참담함을 넘어 무너질 것 같은 충격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사장은 “무슨 일만 터지면, 게임 쪽으로 원인을 몰고가는 것이 집단 의식 처럼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며 “지금은 ‘도박’이고, 또 다음에는 ‘폭력’이고 하는 식으로 간다면 언제 제대로 된 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겠는가”라며 안타까움의 반문을 던진다.

 2010년 세계 3대 게임 강국 진입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겪는 성장통으로만 여기기엔 여파가 너무나 심각하다.

 벌써부터 게임업계에선 게임 관련 정부 지원 정책 및 예산 등이 뒷걸음질 칠 수 있다는데 엄청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 정책·예산도 여론의 바다 위에 떠있는 배와 같으니, 성난 파도 앞에 언제 좌초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게임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디딤돌로 삼아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 3대 게임 강국 진입도 게임을 보는 국민적 시각 수준이 전세계 세번째 쯤은 돼야 실질적으로 이뤄진다는 주장이다.

 김동현 세종대 교수는 “바다이야기와 게임을 동류로 보는 ‘사시(斜視)’가 사회를 지배하는 한 글로벌 게임 강국 실현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게임 산업을 보는 눈과 생각이 선진화 돼야만 진짜 경쟁력을 가진 게임 산업을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어차피 겪을 일이었다면, 정신이 번쩍 들도록 부딪히고 가는 것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즉, 사행성 게임물과 게임은 어차피 같이 갈 수 없는 것이니, 잘라낼 때 확실히 잘라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최승훈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실장은 “게임이란 소재를 악용해서 사행 영업을 하는 것과 본래의 게임 산업은 완전히 분리돼야한다”며 “이번 사태가 그 전환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게임 산업 규모는 8조6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지만, 그 이면엔 이번 사태를 만들어낸 ‘바다이야기’ 같은 아케이드게임장과 아케이드게임이 절반이 넘는 4조8000억원을 차지했다.

 이번 참에 아예 3조8000억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정식 게임 산업만을 갖고 한국 게임 산업의 성장률과 경쟁력을 논할 때가 된 것이다. 오는 2010년 국내 시장 10조원 규모를 만들어내야 할 출발점도 3조8000억원인 셈이다.

 페라리, 샤넬 등 세계적 명품은 그것들 자체의 오랜 기술과 품격도 있었지만, 그 나라 국민의 자부심과 존중을 밑거름으로 오늘의 위치에 올랐다.

 현재로서도 국산 게임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아직 ‘명품’이 되기까진 갈 길이 많이 남았다. 북미, 유럽, 일본 등 게임 선진국에서도 한국 게임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고, 열광하고 있다.

 우리 국민부터 외면하고 등한시하는 게임이 ‘글로벌 상품’으로 포장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 게임 산업이 세계 일류 상품 반열에 오르기 위해선 우리 국민부터 산업에 자신감을 불어 넣어줘야 한다. 그 자신감을 에너지로 한국 게임은 더 널리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다. 바다이야기 사태가 한국 게임 산업의 정통성과 자존심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해외사례

 미국이나 일본 등 전통적인 게임 선진국은 왜 우리나라 처럼 ‘바다이야기 사태’로 인한 게임 산업과 사행 영업의 인식 혼동이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50년 가까이된 게임 산업 역사와 전통이 일단 시스템적으로 문제 발생을 막는다. 그리고 국민들의 시선도 명확히 구분돼 있다.

 미국은 우선 게임을 컴퓨터게임, 비디오게임 등 플랫폼 장르로 구분해 콘텐츠 산업으로 분류한다. 아무리 게임이라는 장치를 이용하더라도, 슬롯머신이나 룰렛, 포커 등이 게임쪽 영역으로 들어올 수 없다. 사행 영업은 그 나름의 룰과 규칙을 갖고 따로 규제되고 있다. 국민들이 게임을 ‘도박’과 혼동하는 일은 원천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셈이다.

 일본은 합법적인 사행 영업을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방법도 우리와 유사점이 많이 벤치마킹할 부분이 많다.

 일본 정부는 관리 가능한 경품이 제공되도록 하고, 그 경품도 지정제도 등으로 투명화시켰다. 모든 유기장 게임기에는 인증 칩이 부착돼 탈세나 탈법을 봉쇄하고 있다. 또 유기장 업주들에게 돌아가는 수익 배분율을 법정 한도까지 낮춰, 대형 게임장만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했다. 유기장의 대형화, 첨단화가 이뤄지면서 유통 구조는 개선되고 사회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이다.

 중국은 사행성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마작 등의 게임에도 어떠한 사행 장치도 들어갈 수 없다. 만약 서비스를 하려 든다면 사이트 폐쇄를 각오해야한다. 중국은 모든 인터넷 연결 PC의 IP가 추적 가능하고, 곧바로 폐쇄할 수 있기 때문에 사행성은 온라인에 발붙일 수 없다.

 그러면서도 자국 게임에 대한 육성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소위 ‘민족 게임’이라해서 자국 문화와 역사 등을 담은 게임은 상까지 줘가며 개발을 장려하고 있다. 게임이 사회적 문제를 낳으면서 청소년들에게 유익한 내용의 게임에는 특별한 정부 인증을 주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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